심리학

심리학의 오해 10판(그렇다면 과학이란 무엇인가?) - 저자 키이스 스타노비치

율미로그 2025. 8. 30. 11:56

심리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여야 한다. 우선 과학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를 다루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자. 첫째, 과학은 주제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우주의 어떠한 측면도 과학 분야의 발달에서 정당한 목표물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인간 행동의 모든 측면들도 포함된다. 우주를 “과학적” 주제와 “비과학적” 주제로 분할할 수는 없다. 전체 역사를 통해서 인간을 과학 연구의 영역 밖에 놓아두려는 강력한 세력들의 시도가 있어왔지만, 앞으로 보게 되듯이 이러한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과학 분야로서의 심리학을 부정하려는 반작용은 아마도 이러한 낡은 투쟁의 현대판 잔재를 나타내는 것이겠다.
과학은 또한 특정한 실험 도구의 사용에 의해서 정의되지도 않는다. 시험관, 컴퓨터, 전자장치, 또는 연구자의 하얀 실험복이 과학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이 과학의 부속물들이기는 하지만 결정적 자질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이란 우주의 작동을 심도 있게 이해하도록 이끌어가는 사고방식과 관찰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 장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과학을 정의하는 중요하고도 상호 관련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들을 논의할 것이다 : (1) 체계적 경험주의의 사용, (2) 공개적 지식의 생산, (3) 해결 가능한 문제의 고찰. 논의는 각각의 특징들을 분리해서 다루게 되겠지만, 이 세 가지가 응집력 있는 보편구조를 형성하도록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체계적 경험주의
사전에서 경험주의(empiricism)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관찰에 근거한 입장”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관찰한 것을 살펴봄으로써 세상에 관한 사실들을 찾아낸다. 이 말이 당연한 것처럼 들리게 된 것은 지난 두 세기 동안 과학적 태도가 확산하여 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과거에는 이것이 그렇게 당연한 것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갈릴레오의 사례를 회생해 보기 바란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망원경을 사용하여 목성 주위를 돌고 있는 달들을 보았다고 주장하는데, 그 당시의 학자들은 단지 일곱 개의 “천체”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다섯 개의 행성, 태양, 그리고 지구를 돌고 있는 달). 그 당시에는 순수한 사색이나 권위에 호소함으로써 지식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당대의 몇몇 학자들은 갈릴레오의 망원경을 들여다보기를 거부하였다. 다른 학자들은 그의 망원경이 사기를 치도록 고안되었다고 말하였다. 또 다른 학자들은 그 망원경이 지구에서는 작동하지만 천체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Shermer, 2011). 다른 천문학자인 프란세스코 시지(Francesco Sizi)는 갈릴레오를 공박하려고 애를 썼는데, 관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주장을 통해서였다:

머리에는 일곱 개의 창문이 있다. 두 개의 콧구멍, 두 귀, 두 눈, 그리고 입이다. 마찬가지로 하늘에는 두 개의 길성(吉星), 두 개의 흉성(凶星), 두 개의 발광체, 그리고 홀로 희미하고 중성적인 수성이 있다. 이 사실 그리고 일곱 개의 금속 등과 같이, 일일이 세기도 지겨울 만큼 많은 자연의 유사한 현상들로부터 우리는 행성의 수가 필연적으로 일곱 개라는 사실을 얻게 된다. … 더군다나 오늘날의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유대인과 다른 고대국가들도 일주일을 칠 일로 분할하는 것을 채택하며, 일곱 개의 행성으로부터 그 이름을 따왔다. … 게다가 위성이라는 것은 맨눈에는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지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쓸모없는 것이고 따라서 존재하지도 않는다.

말하려는 요점은 이 주장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바보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실제 관찰에 대한 적절한 반박으로 간주하였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되돌아봄으로써 무엇인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쌍한 시지(Sizi) 보다 앞서게 된 것은 경험적 접근의 힘을 증명한 지난 3세기에 불과하다. 만일 경험주의 시대가 없었더라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를 부추겼을 수도 있다. 그렇다. 경험적 접근은 필연적으로 명백한 것이 아니며, 과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조차 경험주의를 자주 가르쳐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순수하고 단순한 경험주의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절의 제목이 “체계적 경험주의”라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관찰은 좋은 것이고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계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는 비구조화된 관찰은 과학 지식으로 이끌어가지 못한다. 아침에 깨어날 때부터 그날 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 행한 모든 관찰을 기록해 보라. 다 마쳤을 때 여러분은 상당히 많은 사실들을 갖게 될 것이지만, 세상에 관한 위대한 이해를 갖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적 관찰을 체계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구조화되어서 관찰의 결과가 세상에 기저 하는 본질에 대해 무엇인가를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적 관찰은 이론주도적(theory-driven)이다. 즉, 세상의 본직에 관한 각기 다른 설명들을 검증한다. 구조화되었기 때문에 관찰 결과에 근거하여 어떤 이론은 지지되고 다른 이론은 부정되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검증 가능한 지식 : 반복 가능성과 동료 연구자 개관
과학 지식은 특수한 의미에서 공개적이다. 공개적이라고 해서 이것이 시청 홍보판에 게시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용어를 사용하는 특수한 의미는 과학 지식이 특정 개인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칭하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의미에서 과학 지식은 비판과 경험적 검증을 위해 공개적으로 과학자 집단에 제출되어야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특수한” 것으로 간주되는 지식, 즉 특정 개인의 사고 과정 영역으로서 다른 사람이 들여다보거나 비판할 수 없는 지식은 과학 지식의 지위를 결코 얻을 수 없다.
과학은 공개적 검증 가능성이라는 생각을 반복 검증(replication)의 절차를 통해 구체화시킨다. 하나의 발견을 과학영역에서 고려 대상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학자들이 동일한 실험을 수행하여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과학계에 소개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였을 때 비로소 그 결과는 반복검증 되었다고 말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공개적 지식이라는 생각을 정의하기 위하여 반복 검증을 이용한다. 반복 검증이야말로 특정한 발견이 단지 특정 연구자의 오류나 편파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게 해준다. 요컨대, 한 결과가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원래의 연구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반복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연구 결과를 소개하게 되면 공개적인 것이 된다. 즉, 더 이상 최초 연구자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연구 결과를 확장하거나 비판하거나 아니면 응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인 존 도니(John Donne)는 “어느 누구도 고립무원의 외딴섬이 아니다”라고 천명하였다. 과학에서는 어느 연구자도 외딴섬이 아니다. 모든 연구자는 과학계와 그 지식베이스에 연계되어 있다. 과학이 누가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상호연계인 것이다. 연구자들은 현재 알려져 있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 기존 지식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쌓는다. 모든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지식을 진술하고 있을 때에만 이 과정은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공개적으로 검증 가능한 지식이라 함은 과학계의 다른 연구자들이 반복 검증하고 비판하며 확장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과학계에 제시한 연구 결과들을 의미한다. 이것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대중매체가 소개하는 과학정보를 평가해야만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제12장에서 보게 되겠지만, 사이비 과학의 야바위꾼과 그 종사자들을 합법적인 과학자들과 구분할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은 전자가 흔히 과학계의 논문 출판과 동료들의 비판과 평가라는 정상적인 통로를 피하고 자신들의 “발견물”을 가지고 직접 대중매체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타당성이 명확하지 않은 과학적 주장에 제기되었을 때 일반인들에게 항상 작동하는 한 가지 철벽 같은 기준은 다음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발견은 어떤 형태이든 동료 연구자들의 개관 절차를 채택하는 공인된 전문 과학잡지에 발표된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항상 사이비 과학의 주장과 진정한 과학적 주장을 구분해 줄 수 있다.
동료 연구자 개관(peer review)이란 전문잡지에 게재 신청된 논문을 여러 동료연구자들이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그 평가 결과를 편집장에게 제출하는 절차를 말한다. 편집장은 일반적으로 그 전문잡지가 다루고 있는 특정 전문영역에서 상당한 연구 경력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이다. 편집장은 평가 결과가 논문의 출판을 보장하는지, 보완적 실험과 통계 분석을 수행한 후에 출판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를 잘못 수행하였거나 별 볼 일 없는 것이어서 퇴짜를 놓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전문 잡지들은 각호마다 편집 방침을 제시해 놓고 있기 때문에 그 잡지가 동료 연구자 개관을 시행하고 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료 연구자 개관이 이루어지는 과학 전문잡지에 실린 모든 정보가 필연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며, 적어도 그 정보는 동료 연구자 집단의 비판과 세밀한 분석이라는 기준을 만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지, 결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대부분의 과학 분야가 질적 수준에서 상당한 차이를 갖는 많은 전문잡지들을 출판하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 아이디어들은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키면 합법적인 문헌에 출판될 수 있다. 단지 좁은 영역의 데이터와 이론만이 과학에서 출판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흔히 사이비 교정법과 치료법을 조달하는 작자들이 이러한 생각을 시사하는데, 이들은 “정통과학”의 음모로 인해서 자신들의 과학적 출구가 봉쇄당해 온 것이라고 대중매체와 일반 대중들을 설득시키려고 애쓴다. 여기서 잠시 심리학과 같은 학문 분야에 얼마나 많은 합법적 출구가 존재하는지를 보도록 하자.
미국심리학회의 PsycINFO라는 데이터베이스는 2,000개가 넘는 전문 잡지의 논문들을 요약하고 있다(물론 영문으로 논문을 발표하는 잡지들만을 다룬다). 대부분의 잡지들은 동료 연구자 개관을 채택하고 있다. 불완전하지만 합법적인 거의 모든 이론과 실험들이 이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출구들을 통해서 출판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동료연구자 개관을 시행하는 심리학 잡지에 발표된 모든 아이디어들이 필연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니다. 나는 앞에서 이것이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렇지만 핵심은 어떤 아이디어, 이론, 주장 또는 치료법이든지 특정 과학 분야에서 동료 연구자 개관을 시행하는 문헌에 게재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상당한 진단적 가치를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특히 증거도 없으면서 대중 매체의 선전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공개하려고 한다는 사실 자체는 그 아이디어나 이론 또는 치료법이 사기라는 확실한 징표가 된다. 예컨대, 2005년에 공립학교 생물 교과목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려는 시도에 관한 미국 펜실베니아 소송에서, (창조론에서 주장하는) 지적 설계를 주창하는 증인 중의 한 사람은 “십여 년 전부터 지적 설계에 관한 동료 연구자 개관 연구를 수행하자는 운동이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연구를 하나도 언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동료 연구자 개관의 절차는 학문영역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근거는 동일하다. 동료 연구자 개관은 과학이 객관성과 공개적 비판의 태도를 제도화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반복 검증이 또 다른 방법이다). 아이디어와 실험설계는 평가를 위해 비판적인 다른 동료 연구자들에게 제시하는 애타는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비판 과정에서 살아남은 아이디어들이 공개적 검증가능성이라는 기준을 이제 막 충족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동료 연구자 개관이 결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소비자 보호책이 바로 이것이다.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엄청난 액수에 달하는 사이비과학 사업의 농간에 휘둘리도록 만드는 것이 되어버린다. 사이비과학 사업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대중매체를 아주 익숙하게 조정하고 있다. 후속 장들에서는 과학 심리학의 진정한 연구 수행에 내재하고 있는 억제와 균형의 묘를 무시함으로써 치러야만 하는 엄청난 대가들은 보다 상세하게 논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