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ein의 이론에서 편집-분열성 양태는 아기의 생후 첫 3개월에 우세한데, 이때 아기는 좀 더 현실적인 우울한 기능도 어느 정도 함께 경험한다(Klein, 1946). 편집-분열성 양태 혹은 관점은 Klein이 출생과 출생 후 초기 삶의 가혹한 특성이라고 가정했던 혼란과 박탈, 불안을 다스리려고 아기가 시도하는 방식이다.
아기는 혼돈을 이해하려는 충동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자신이 좋은 경험이라고 느끼는 것과 나쁜 경험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분열시키거나 양분하게 된다. 그런 다음 이 두 범주는 서로에게서 아주 분리되고 멀리 떨어진 채로 유지된다. 동화 속 나쁜 마녀와 좋은 요정은 아기에 의해 지각되고 분리된 어머니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다. 이 단계에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어떤 질서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런 점에서 편집-분열성 양태가 우울적 양태보다 우세하다. 편집-분열성 양태에서 중립지대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좋은 것과 나쁜 것만 있을 뿐이다. 또한 부재(absence)나 후회 혹은 상실의 경험이 없는데, 그 이유는 부재는 어떤 좋은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저 나쁜 것으로 경험되며, 안도감은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열(splitting)은 아기가 신뢰하기와 사랑하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절대적인 충동의 위력하에서 이런 충동의 극단적인 상태를 조절할 삶의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살아야 하는 고도의 강렬함을 고려해 볼 때, 자신의 존재가 금방이라도 파멸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잠복한 상태에서 느긋하게 신뢰와 사랑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나쁜 것을 모든 좋은 것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아기는 전적으로 좋은 것을 경험할 기회를 갖고, 이런 좋은 것(좋은 대상)을 자기감의 기반으로 받아들일(내사할) 수 있게 된다.
나쁜 것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좋은 것을 경험하는 대가로 아기는 때때로 자신이 전적인 악에 사로잡힌다고 느낀다. 편집-분열성 양태에서 우리가 느끼는 주된 공포는 우리가 사악한 외부의 힘에 의해 파멸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Klein은 이것을 ‘박해 불안(persecutory anxiety)’이라 불렀고, 이것이 편집-분열성 양태의 가장 주된 특징이다. 이 두려운 경험은 부분적으로는 외부에서 비롯된 나쁜 경험에서 유발되지만, Klein이 생각하기에는 우리가 타인에게 투사하는 죽음 본능이 되돌아오는 데서 가장 강력하게 일어난다. 이 모든 요소가 함께 초기 유아기에 대한 소름 끼치는 그림에 힘을 보탠다. 그런데 Klein과 입장을 달리 한 분석가들은 이 시기에는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고 보는 입장을 취했다. Klein은 어떤 아기는 죽음 본능을 향한 타고난 성향 때문에 죽거나 혹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시사했다. 즉, 이들은 투사된, 어쩌면 또한 현실일지도 모르는 나쁜 것으로 침투된 세상을 신뢰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악몽의 본질이다. 그래서 아기는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할 것이고, 열악한 환경적 여건이 문제를 악화시킬 경우 특히 강할 것이다. 아기는 대처해야만 하는 것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으로 분할하려는 시도로 더 심한 분열에 의존할 수도 있고, 혹은 파괴적인 죽음 본능으로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부분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극단적인 경우 이것은 정신병에서 보는 파편화와 일관성의 결여를 초래하고, 이런 상태에서 인간은 심리적 실재로서 가까스로 생존할 뿐이다.
‘부분 대상(part-object)’이라는 용어는 자기나 타인의 한 부분이나 한 가지 측면을 뜻하며, 이것이 아기가 지각하고 관계하는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가슴’이나 ‘나쁜 가슴’은 전형적인 부분 대상으로 아기의 정신적 삶에서 최초의 중심점이다. 이것은 단지 실제 가슴뿐만 아니라 다른 특성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먹여주는 역할을 하는 엄마를 뜻한다. 더 연령이 높은 아기나 아동은 세상이 (아마도 투사에 의해) 너무 위험해서 타인을 오직 부분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부분 대상으로 관계하는 상태로 퇴행할 수 있다. 이후에 부분 대상으로 관계하기는 상대방을 권리를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나 섹스나 돈을 위해 단순히 그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착취당한다는 느낌을 받도록 한다.
투사와 내사는 분열과 동일한 능력에서 비롯된다. 투사에서는 아기가 자기 내면에 담아 둘 수 없는 충동이 분열되어 타인에게 들어간다. 비록 아기는 환상 속에서 이렇게 하지만, 아기가 지각하기에는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움과 나쁜 것을 투사하는 것은 분명히 아기 자신의 나쁜 것을 자신에게서 없애 주지만 아기의 좋은 것 또한 투사된다. 좋은 것을 투사하는 이유의 일부는 의지하고 관계할 수 있는 어떤 좋은 것을 주기 위해서이고, 또한 자기 내부에 있다고 느끼는 나쁜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다. 내사는 경험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것을 강화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내사에서는 좋은 것은 지지로 받아들이고, 나쁜 것 또한 외부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자기 내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포함된다. 투사와 내사는 불안을 다루고 다른 사람과 연결을 만드는 임시변통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하거나 파괴적으로 사용되면 안정되고 응집된 자기에 대한 감각과 상당히 신뢰할 만한 타인에 대한 감각을 파괴한다.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는 좀 더 복잡하고 극단적인 형태의 투사다. 그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 감정이나 경험을 전달받는 비언어적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아기의 불안이 특히 강렬한 경우, 아기는 그저 충동만이 아니라 자기의 전반적인 측면을 타인에게 투사할 수 있다. 이런 방어는 고통스럽거나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자신의 일부를 제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또한 타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갖는다는 환상을 줄 수 있다. 투사적 동일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아기의 이런 욕구에 빠져들게 만드는 압박감을 느끼며 연관된 감정과 충동을 경험하면서 원치 않는 부분을 마치 자신이 실제로 받아들인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가볍고 호의적인 형태의 투사적 동일시는 우리가 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편집-분열성 수준의 투사적 동일시에서는 자신의 원치 않는 부분을 투사하는 사람은 결국 공허하고 고갈된 느낌을 갖고, 어디까지가 자신이고 어디서부터가 다른 사람인지에 대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투사 대상이 된 사람은 투사의 기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침입해 들어오는 힘을 밀어내어 그것을 보낸 상대에게 바로 되돌려 주고자 하는 충동을 갖게 될 수 있다.
투사적 동일시는 심리치료 작업에서 대단히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그 이유는 내담자 혹은 환자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실제 경험을 치료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사적 동일시는 역전이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며, 후에 Klein 학파 이론가들은 역전이 개념을 확장하여 환자와의 관계에서 치료자가 경험하는 모든 반응과 태도를 포함시켰다(Bion, 1962a; Rosenfeld, 1964). 투사적 동일시는 많은 심리치료 학파가 특히 유용한 개념으로 받아들여 온 개념이다.
불안을 다루는 또 하나의 원초적 방법인 부인(denial)은 하나의 사태를 다른 것으로 피상적으로 덮어씌우는 것이다. 좌절감을 주는 박해의 경험이 만족감을 주는 상상의 경험으로 덮일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상상된 것과 실재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환각이라 부른다. 어린 아기가 허공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혹은 젖을 물리지 않아도 빠는 동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때 이들은 어쩌면 부인을 통해 불안을 피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후 우리는 치과에 가야 하는 상황처럼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 때 이런 동일한 기제를 사용한다.
Klein은 탐욕(greed)은 죽음 본능의 표현으로 불안과 좌절에 의해 커진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좋은 것’의 원천이 갖고 있는 실제 능력이나 자신의 즉각적인 욕구와 상관없이 그것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것이다. 탐욕은 젖을 주는 좋은 젖가슴의 반대 측면, 즉 젖을 주지 않는 나쁜 젖가슴이 언제라도 불쑥 튀어나올 것이라는 불안에 의해 더 부추겨진다. 탐욕의 환상은 우리가 좋은 젖가슴에서 좋은 젖뿐만 아니라 좋은 젖가슴 그 자체를 전체로 받아들여, 우리가 전적인 통제권을 갖는 내적 원천으로부터 끊임없이 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절대적인 안전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으며, 탐욕스러운 사람은 계속해서 받고 또 받으려 하면서 상처받지 않는 전능감을 기다리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시기심(envy)이라는 개념은 Klein의 개념 가운데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 가운데 하나이며, Klein 생애 후반기에 발전한(Klein, 1957), 그녀의 추종자들이 열렬히 지지한 개념이다. 그녀는 시기심이 삶의 원천인 좋은 젖가슴에 맞서, 생애 초기 몇 달 동안 나오는 강력하게 파괴적인 충동이라고 묘사한다. 시기심은 좋은 것이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고 또 자신을 지지해 주기 때문에 그것을 망가뜨리고자 하는 충동이다. 젖가슴의 좋음 그 자체는 출생으로 인한 분리와 상대적인 박탈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Klein은 태어나기 전의 우리는 욕구나 공포를 모른다고 믿었다. 젖가슴을 좋은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욕구라는 것이다. 우리가 파괴하기를 원하는 것은 이 출생 이후의 삶의 상징이며, 이에 죽음 본능은 출생의 사실을 파괴하려고 밀어붙인다. 시기심이 파괴적인 이유는 그것이 나쁜 것을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파괴하려는 충동이라는 점 때문이다. 시기심을 우리가 좋은 것에서 유익을 얻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우리가 도움과 양육의 가능성을 내던지거나 파괴하도록 만든다.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양분하는 원초적인 분열은 시기심에 의해 위협받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시기심에 의해 좋은 것을 나쁜 것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Klein은 이후의 정신병적 혼란 상태를 시기심의 음해 효과와 관련지었다. 우리가 시기하는 외적 관계는 시기하는 내적 관계로 이어지게 되어,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이 혼돈되고 공격받고 파편화됨에 따라 명확한 정체감과 기본적인 자기 가치감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
박해 불안과 함께 편집-분열성 양태는 비록 우리가 생애 초기에 어쩔 수 없이 삶에 부딪히면서 그 힘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자라면서 우리가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생존이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편집-분열성 양식은 냉혹하고 자기중심적이다. 우리는 박해 불안에 사로잡히면 무엇이 진실인가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적 책임감도 갖지 않는다. 모든 나쁜 것은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 되어 버린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편집-분열성 기능의 징후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양태’라는 개념을 발달상 거쳐 가는 중간단계이기보다 마음의 상태로 본 Klein 학파의 후기 개념에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분열과 투사는 영국의 정치 제도와 같은 모든 정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데, 한쪽 ‘편’은 저쪽 ‘편’에서 제안하는 어떤 것이든 자동적으로 흠을 잡으려는 압력을 느낀다.
Klein은 오이디푸스 갈등과 과정이 Freud가 상상했던 것처럼 초기 아동이 동안 발생하기보다 대상관계가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부터 발달한다고 믿었다(Klein, 1928). Klein의 이론에서 아기와 아버지의 관계는 그 아기와 좋은/나쁜 젖가슴의 일차적 관계를 따르고 이를 반영한다. 아버지는 아기와 엄마 관계에 침입하는 첫 번째 사람이다. 젖가슴이 젖을 주는 엄마를 상징하듯 아버지의 주된 부분 대상인 남근은 구별하고 침투하는 남성성의 특성을 나타낸다. 아기는 남근을 양육하고 치유적인 것으로 경험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자기 자신과 엄마의 신체 일부를 베는 날카로운 무기로 경험할 수도 있다.
Klein은 유아적 경험이라고 그녀가 상상했던 거칠고 환상적인 용어로 초기 오이디푸스적 환상을 환기시킨다. 그녀는 신체 감각이 신체 부분과 작용에 대한 생래적인 개념과 만난다고 상상한다. 관계는 가슴과 입, 남근과 질, 젖, 소변, 대변과 태어나지 않은 아기와 같은 모든 가능한 조합으로 상상된다. 즉, 느껴진다(Klein, 1959). 부모끼리 갖는 그들만의 독립된 관계에 대한 아기의 초기 인식은 하나의 거대한 결합된 형상, 젖가슴, 위장, 입 혹은 질과 결합된 남근으로 경험되는데, 이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충족시키고 대변-아기의 형태로 언제나 새로운 풍성함을 계속 만들어 낸다. 죽음 본능에 의해 유발된 불안의 영향력하에 아기는 자신의 시기심과 격한 분노를 이 괴물과 같은 형상에 투사하는데, 이 때문에 이 형상은 강력하게 악한 세력으로 보이면서 상호적인 파괴에 가담하고 아기와 그의 세계를 절멸시키려고 위협한다.
부모를 구별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환상 속에서 맺고 있는 관계 내의 다양한 부분 대상을 구별하고 그에 대해 각기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아이 자신의 성에 특유한 감각과 이에 상응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Klein은 여아와 남아의 오이디푸스 과정 간의 차이를 Freud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Klein은 여아의 환상이 젖과 아버지의 남근, 대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형제자매를 품고 있는 엄마의 내부에 대한 시기심 어린 공격에 의해 주도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투사의 결과[유아는 외부 세계를 위협적인 것으로 경험함-역주] 두려움을 느끼며 자신의 내적, 신체적 경험 세계의 온전함과 생산성을 믿지 못하는 불안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된다. 남아의 독특한 공포는 자신이 환상 속에서 엄마 내부에서 아버지를 공경하는 데 따르는, 자신을 거세하려는 아버지의 보복에 대한 것이다. 이것이 남아로 하여금 엄마 내부에 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하게 만든다. Freud와 마찬가지로 Klein은 이 두유형의 오이디푸스 과정이 아이의 성별에 상관없이 함께 나란히 전개되고, 그 결과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갈망과 두려움, 역할을 경험하게 된다고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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