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억검사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의 수행이 떨어지지만 간접 기억검사에서는 비교적 정상이라는 발견은 기억의 생물학적 기초에 관한 연구를 자극하였다. 뇌의 특정 부위에 입은 손상 때문에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외현적 기억검사 수행이 떨어지는 것일까? 암묵적 기억검사의 수행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외현적 기억검사의 수행을 담당하는 부위와 다른 곳일까? Larry Squire와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기억은 단일체가 아니라, 뇌의 상이한 체제에 의존하는 여러 개의 분리된 실체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현적 기억검사에서 나타나는 기억상실증 환자의 저조한 수행은 측두엽 내측에 있는 해마의 손상 때문에 나타난다. 이에 비해, 측두엽 내측이 관여하지 않는 다른 검사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도 정상적인 수행을 보인다. 이런 다른 과제 수행은 측두엽 내측 이외의 다른 뇌 체제에 의존하며,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경우 이들 뇌 치제는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우리는 재생/재인 검사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수행이 저조한 반면, 단어-조각 검사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수행이 정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서 이 절을 시작하였다. 재생/재인 검사는 외현적 기억을 측정하는 데 반해 단어-조각 검사는 암묵적 기억을 측정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서 발견된 단어-조각 검사에서의 높은 수행 수준은 점화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점화(촉발 ; priming)란 사전 정보에 의해 자극의 탐지 및 확인 능력이 촉진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점화효과는 일종의 암묵적 기억 덕분에 관찰되는 현상이다.
학습된 기술(능)과 절차 또한 일종의 암묵적 기억에 속한다. 중다 기억 이론에서는 절차기억이 간접 기억검사에 의해 측정된다고 주장하는데, Squire와 Knowlton(1994)의 분류는 이 주장과 일치하고 있다. 절차기억에 의존하는 기능의 보기로는 같은 문단을 다시 읽으면 읽기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들 수 있다. Musen, Shimamura와 Squire(1990)는 정상인과 기억상실증 환자를 대상으로 읽기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기억상실증 환자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되었다. 그러나 문단의 내용에 관한 선다형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능력은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현저하게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접 기억검사(읽기 속도( 향상)에서는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없지만, 직접 기억검사(선다형 문제)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난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암묵적 기억의 또 다른 유형에는 간단한 고전적 조건형성과 반사행동 학습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암묵적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은, 의식적인 기억 내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경험에 따라 수행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에 따라 수행이 변한다는 것은 그런 수행에 기억이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기억이 이용된다는 의식이 없는데도 일어난다. 물론, 이것이 바로 기억이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피험자가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는 직접 기억검사와 다른 점이다.
요약
학습은 정보가 STM에서 LTM으로 전이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LTM에서 정보 소멸 속도는 STM에서의 소멸 속도에 비해 매우 느리다. 더욱이 LTM은 용량 제한이 없다. 다시 말해, LTM에 저장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제한이 없다. STM과 LTM과의 구분, 그리고 LTM으로의 정보 전이에 있어서 암송이 차지하는 역할은 Atkinson과 Shiffrin이 제안한 모형에서 강조되고 있다. 이들의 모형으로 설명되는 발견 중의 하나는 계열 위치효과이다. 자극 목록의 시작 부분에 있는 단어를 더 잘 재생해 내는 것은 그 단어들이 LTM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며, 목록의 끝부분에 있는 단어를 더 잘 재생하는 것은 그 단어들이 STM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출해 낸 새로운 정보가 STM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LTM에서 나온 것인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학습 시 학생들은 아직 LTM으로 전이되지 않은 재료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유용한 학습 기능이다. 학습 재료를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은 인출 유창성 같은 경험을 기초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또는 파지 기간이 길어지면 망각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적 지식을 기초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LTM으로부터 정보를 인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정보가 LTM에 저장되어 있는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설단현상은 정보가 LTM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 정보를 즉시 인출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LTM 탐색 전략에는 단어 길이나 발음 같은 부분 정보 이용하기, 그럴듯한 이름 생성하기, 그 이름과 결합된 맥락정보 이용하기 등이 포함된다. 인지적 면담기법에 관한 연구를 통해 목격자들에게 세심한 기억 탐색 방법을 가르쳐 주면, 범행에 관한 상세한 것까지를 기억해 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재생 과제와 재인 과제는 서로 다르다. 재인 과제는 특정 자극이 이전에, 대개는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제시되었던 것인지를 판단하게 한다. 목격자들에게 수배 사진을 보여주면 목격자 확인에서 오류를 범할 확률이 증가한다. 목격자는 과거에 그 사람을 만났던 맥락을 재생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하는 것 같다.
LTM에 관한 전형적인 간접 기억검사는 검사 전에 단어목록을 읽게 하고, 이 목록에서 단어를 읽은 경험이 조각난 단어의 정체 파악에 도움이 되는지, 또는 목록 속에 제시되었던 특정 단어의 시작-낱자를 제시하고 그 낱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결정한다. 기억 장애 환자들은 대개 재인이나 재생 같은 직접 기억검사에서보다 이러한 간접 기억검사에서 더 나은 수행을 보인다. 처리 이론에 따르면 직접 기억검사는 개념 주도적 처리를 요구하는 데 반해, 간접 기억검사는 자료 주도적 처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야기된다. 이에 비해, 중다 기억 이론에서는 직접 기억검사는 일화기억을 평가하는 데 반해, 간접 기억검사는 절차기억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다. 인지신경과학적 증거는 여러 가지 유형의 기억이 뇌의 상이한 영역에 위치한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직접 기억검사로 측정되는 외현적 기억은 측두엽의 내측에 위치한 해마에 자리 잡고 있고, 간접 기억검사로 측정되는 암묵적 기억은 뇌의 다양한 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암묵적 기억은 다양한 과제(기술 학습, 점화, 조건형성)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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