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지심리학 제 7판 이론과 적용(처리 이론, 중다 기억)-Stephen K. Reed 지음

율미로그 2025. 8. 18. 15:12

직접 기억검사와 간접 기억검사에서 나타나는 이런 수행의 차이는 이 두 검사의 차이점에 관한 많은 연구를 자극하였다. 그 결과, 이 두 검사에서 요구되는 처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Jacoby와 Dallas(1981)는 G. Mandler(1980)가 제안한 재인 기억(recognition memory)의 이중-처리 이론을 기초로 이 두 검사에서 요구되는 차이를 설명하려 하였다. 이중-처리 이론에 의하면, 정확한 재인은 자극에 대한 친숙성 판단과 그 자극을 만났던 맥락을 인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Jacoby와 Dallas는 이 이론에서 말하는 친숙성 판단이 바로 지각적 확인을 요구하는 간접 기억검사에 적용되는 요소라고 주장하였다. 지각하기가 어려운 조건에서는 자극 재료에 대한 과거 경험이 그 재료를 보다 친숙해 보이게 만들고 또 확인하기도 용이하게 해 준다는 점을 수용하면 이 주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인의 두 번째 구성요소, 즉 언제 어디서 그 자극을 만났던가를 인출하는 것은 간접 기억검사 수행에는 필요가 없다. 간접 기억검사는 특정 맥락에 관한 기억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가 옳다면, 자극에 대한 친숙성을 변화시키면 재인-기억검사 수행에는 필요가 없다. 간접 기억검사는 특정 맥락에 관한 기억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가 옳다면, 자극에 대한 친숙성을 변화시키면 재인-기억검사와 지각-확인 과제 모두의 수행이 달라져야 한다. Jacoby와 Dallas는 학습 재료와 검사 재료를 모두 시각 또는 청각적으로 제시하거나(동일 양식 제시) 학습 재료는 시각적으로 제시하고 검사 재료는 청각적으로 제시함으로써(상이 양식 제시) 자극 재료의 친숙성을 조작해 보았다. 예측한 대로, 제시 양식 변화에 따라 검사 재료에 대한 친숙성이 달라졌고, 재인-기억검사와 지각-확인 과제 모두의 수행이 감퇴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검사 단어가 제시되었던 맥락을 기억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변인은 재인-기억검사의 수행만을 향상해야 한다. 피험자들로 하여금 자극 단어로 구성된 목록을 읽게 하거나, 단어 수수께끼를 풀어보게 함으로써 이 예측을 검증하였다. 피험자들로 하여금 그냥 단어를 읽어보게 하는 것보다는 단어 수수께끼를 풀어보게 하는 것이 그 단어를 보았다는 기억을 향상한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즉 단어 수수께끼를 풀어보게 하는 것이 단어 목록을 읽어보게 하는 것보다 그 단어를 만났던 맥락을 기억해 내는 일을 용이하게 한다. 따라서 Jacoby와 Dallas의 논리가 옳다면, 단어 수수께끼를 풀어보게 한 것은 재인-기억검사의 수행을 향상해야 하지만, 지각-확인 과제의 수행은 향상하지 못해야 한다. 실험의 결과는 이 예측과 일치하였다. 지각-확인 과제는 검사 단어가 제시된 맥락에 대한 기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Jacoby와 Dallas의 설명은 각 과제 수행에 요구되는 처리를 기초로 직접 기억 검사 결과와 간접 기억검사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을 예시하고 있다. 단어 수수께끼를 풀어봄으로써 재료를 정교화해 보면 재생 및 재인 검사에는 도움이 된다. 한편, 재료와의 친숙성을 높이면 재인-기억검사와 지각-확인 과제 수행 모두에 도움이 된다.
이 접근법을 보다 일반화하면, 직접 기억검사는 주로 개념 주도적으로 처리되며, 간접 기억검사는 주로 자료 주도적으로 처리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Schacter, 1987; Richardson-Klavehn & Bjork, 1988). 개념 주도적 처리(conceptually driven process)는 친숙성 같이 재료의 지각적 정보에 의해 시작되고 진행되는 정신활동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처리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조금 앞에서 보았듯이, 재인-기억검사는 이 두 가지 처리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재인-기억검사 같은 직접 기억검사보다 간접 기억 검사에서의 처리는 훨씬 자료 주도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므로 양식 변동(예컨대, 시각에서 청각으로)은 재인-기억검사 같은 직접 기억검사보다는 단어-조각검사 같은 간접 기억검사에서 훨씬 더 파괴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Schacter, 1987).

 

중다 기억
여러 가지 기억검사가 서로 다른 처리 과정을 측정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기억검사들이 서로 다른 기억을 측정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Schacter, 1987).
이러한 주장은 LTM이 단일 체제가 아니라 여러 개의 상이한 하위체제로 구성된 것이라는 견해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상이한 기억검사가 서로 다른 기억을 측정한다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상이한 처리 과정을 측정한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실, 상이한 기억 체제를 옹호하는 학자들 중에는 이 두 접근법은 상호보완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Tulving, 2002). 검사 수행에서 나는 차이를 처리 과정의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고 또 기억 체제의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LTM을 두 가지 하위체제로 구분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LTM을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으로 나누는 것이다(Tulving, 1972, 1985, 2002).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은 개인의 경험이 시간대에 따라 기억된 것을 일컫는다. 이 기억은 개인이 수행한 일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예컨대, 어제 저녁에는 닭고기를 먹었고, 1970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수배 사진을 들여다볼 때 특정 인문의 얼굴을 보았다 등등이 이 기억에 속한다.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특정 시간 및 맥락과 결합되어 있지 않은 일반적 지식을 일컫는다. 예컨대, 제비가 새라는 것, 강릉은 강원도에 있는 도시이며, 7에 8을 더하면 15가 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따라서 일화기억은 보다 자서전적이어서 상세한 일기를 쓸 때 기록할 만한 정보를 담고 있는 데 반해, 의미기억은 보다 일반적인 것이어서 백과사전에 기록될 만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실험의 앞부분에서 나타났던 재료를 재생 혹은 재인해야 하는 직접 기억검사는 일화기억을 측정하는 셈이다. 피험자들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만난 자극 항목(단어 목록 같은 것)을 재생해야 한다. 단어 확인이나 단어 완성 과제와 같은 간접 기억검사는 의미기억을 측정한다. 이 검사의 수행은 단어에 대한 일반적 지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 그 단어를 언제 어디에서 봤는가 와 관련이 없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경우, 직접 검사보다 간접 검사 점수가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발견은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을 구분하는 주요 증거로 이용되어 왔다. 이 논증에 따르면, 기억상실증은 일화기억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의미기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일화기억과 의미기억 간의 구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간접 기억검사의 수행이 의미기억보다는 절차기억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절차기억(procedural momory)이란 행위, 기술, 조작을 위한 기억인 데 반해,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은 둘 다 사실적 정보에 관한 기억이다. 재생에는 어려움을 보이지만 운동 기술을 학습하고 파지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 알 수 있듯이, 사실에 관한 정보가 절차에 관한 정보보다 더 망각되기 쉬운 것처럼 보인다.
요약하면, 처리 이론도 중다 기억 이론도 모두 간접 기억검사와 직접 기억검사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재생과 재인 같은 직접 기억검사는 개념 주도적 처리를 따르며, 공부를 할 때 학습해야 할 재료를 능동적으로 생성해 보는 방법과 같은 피험자 주도적 전략의 영향을 받는다. 이에 반해 단어-조각 검사와 시작-낱자 검사 같은 간접 기억검사는 자료 주도적 처리를 따른다. 간접 기억검사 수행은 재료의 친숙성에 따라 달라지며, 자극 제시 양식의 영향을 받는다. 일화기억을 측정하는 직접 기억검사는 피험자들로 하여금 과거에 있었던 특정 사건에 관한 정보를 기억해 낼 것을 요구한다. 간접 기억검사는 피험자들에게 과거의 사건을 회상해 보라고 요구를 하지 않는 절차기억을 측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