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적 처리
Johnston과 Heinz의 연구와 다른 심리학자들의 연구는 과제에 따라 그 과제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정신적 노력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연습을 통해 숙달된 기능은 정신적 노력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러한 기능을 일컫기 위해 자동적 처리(automatic processing)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자동적 처리의 한 가지 특징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가 수행하는 많은 일은 의도적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 밖에서 전개되는 정신활동을 촉발하는 환경 속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이론가들도 있다(Bargh & Chartrand, 1999).
정보가 자동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은 주로 장점으로 작용한다. 자동적 처리 덕분에 우리는 일상생활 속의 많은 일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도 (정신적 노력 없이도) 수행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적 처리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별생각 없이 일을 하기 때문에 우스운 실수를 범하기도 하고 또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우선 어ᄄᅠᆫ 처리가 자동적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준거부터 살펴본 다음, 자동적 처리가 읽기와 같은 복합적인 과제 수행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기능이 자동적이기 위한 준거
Posner와 Snyder(1975)는 어떤 기능이 자동적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준거 세 가지를 제안하였다. 어떤 기능이 자동적이기 위해서는, 그 기능이 (1) 의도하지 않아도 일어나야 하고, (2)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져야 하며, (3) 다른 정신적 활동을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자전거 타기를 예로 들어 이들 준거의 의미를 살펴보자. 우리들 대부분은 자전거 타는 기술을 배울 때, 처음에는 비틀거리며 몇 미터 못 가 멈추고는 다시 시작하고 했던 경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균형을 잡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러한 노력을 의식하고 있어야 하며, 또 다른 활동을 한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자전거 타는 활동에만 정신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균형 잡는 일을 익히고 나면, 그 일이 처음에는 왜 그렇게 어려웠든지 상상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이때가 되면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적 노력 없이도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균형을 잡기 위한 동작을 한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균형 잡는 일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경치를 즐기거나 다른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단어 읽기도 처음에는 많은 정신적 노력을 요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로 단어 읽기도 결국에는 자동적인 기능이 되고 만다. 사실 너무 자동적인 것이 되어버려 읽지 말아야 하는 경우에도 읽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빨강, 파랑 또는 노랑으로 인쇄된 단어를 보고, 그 단어의 잉크 색을 말해야 하는 과제를 생각해 보라. 이 과제는 예컨대, ‘빨강’이란 단어를 파랑으로 인쇄해 두고, ‘빨강’이 아니라 ‘파랑’이라고 말하라고 요구한다. 이 경우 단어를 읽으면 잉크색을 말하기가 어려워지니까 단어를 읽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단어를 읽지 않을 수 없다(Stroop, 1935). 이 현상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라 Stroop 효과(Stroop effect)로 알려져 있다.
Stroop 효과는 “우리의 의식적 의도 및 전략이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정보처리 방식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Posner와 Snyder(1975)의 질문에 부분적인 답을 제공하고 있다. Stroop 효과는 사람들은 눈으로 본 단어를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정신활동을 우리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을 때도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자동적 처리는 의도하지 않아도 일어나기 때문에 귀찮은 일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자동적 처리는 대개 이롭게 작용한다. 예컨대, 정보를 부호화하는 과정과 글을 읽는 과정은 너무나 복합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이들 과정이 자동화되지 않으면 우리의 정보처리 기제는 과부하에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런 과정이 자동 처리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일을 기억하며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자동적 부호화
저녁 식탁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에 있었던 일을 비교적 쉽게 기억해 낸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사람들은 낮에 있었던 일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내는 것일까? 의도적 노력 없이도 낮에 있었던 일이 기억되었다면, 그 정보는 자동적으로 기억되었다고(부호화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Hasher와 Zacks(1979)가 제안한 자동적 부호화(automatic encoding)에 관한 이론은 두 가지 종류의 기억 활동-상당한 노력(또는 용량)을 요구하는 기억 활동과 그런 노력을 거의 또는 전혀 요구하지 않는 기억 활동-을 구분하고 있다.
노작적 처리(effortful processes)에 해당하는 전자에는 시각적 심상, 정교화, 조직화 및 어문적 시연과 같은 다양한 기억 증진 전략이 포함된다. 자동적 처리에 해당하는 후자는 학습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없을 때 일어나는 우연 학습(incidental learning)을 가능케 한다. Hasher와 Zacks는 빈도와 공간 및 시간에 관한 정보는 의식적으로 추적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빈도 정보(frequency information)는 상이한 자극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보이며, 공간 정보(spatial informtion)란 물체가 환경 속의 어디에서 위치하는가에 대한 정보이고, 시간 정보(temporal information)는 특정 사건이 언제 일어나고 또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에 관한 정보이다. 이 세 가지 정보가 기억에 자동적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자동적 처리의 함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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