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지심리학 제 7판 이론과 적용(용량 이론)-Stephen K. Reed 지음

율미로그 2025. 8. 12. 12:45

용량 모형의 보기

용량 이론은 과제 수행에 요구되는 정신적 노력의 양을 다룬다. Kahneman의 저서 Attention and Effort(1973)는 연구자들의 관심을 병목 이론에서 용량 이론으로 이동시키는 일에 일조하였다. Kahneman에 의하면, 용량 이론은 정신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최대 능력(,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가정한다. Kahneman의 용량 모형은 병목 이론을 대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목 이론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용량 이론에서도 병목 이론에서도 동시에 전개되는 두 가지 이상의 활동은 서로를 방해/간섭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들 이론은 그러한 방해의 원인을 서로 다를 데서 찾는다. 병목 이론은 하나의 기제로 동시에 처리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섭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용량 이론은 두 가지 과제 수행이 가용한 최대용량 이상의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간섭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병목 이론에서는 두 가지 과제가 동일한 기제를 이용하는 정도에 따라 간섭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용량 이론에서는 과제의 개수와 관계없이 과제 수행에 요구되는 정신적 노력이 제한된 최대용량을 초과하는 정도에 따라 방해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용량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제한된 용량을 상이한 활동에 분배할 수 있는 통제력을 상당히 가진다고 가정한다. 예컨대,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나누곤 한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이 두 가지 활동에 요구되는 정신적 노력이 우리가 가진 최대용량이 초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이 복잡해져서 운전에 부담이 생기면, 그때는 두 가지 활동에 주의를 분배하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림 3.5는 정신적 활동에 용량 분배(allocation of capacity)가 이루어지는 것을 모형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의를 요하는 모든 활동은 제한된 용량을 분배받기 위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떠한 활동이든 이 모형에 끌어넣을 수 있다. 정신 활동에 따라 요구되는 주의의 양도 달라진다. 어떤 과제는 정신적 노력을 거의 요구하지 않지만 어떤 과제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주의의 공급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행 수준이 떨어진다. 특정 활동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용량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주의가 다른 활동에 집중되어 있으면 그 활동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다.

Kahneman의 모형은 가용한 용량이 각성(arousal)수준에 따라서 달라지며, 각성수준이 낮을 때보다는 적당히 높을 때 가용한 용량이 더 크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너무 높은 각성수준은 수행을 간섭할 수도 있다. 이 전제는 각성수준이 중간 정도일 때 수행 수준이 가장 높다고 하는 Yerkes-Dodson법칙(1908)과 같다.

각성수준은 진행 중인 활동에 대한 평가(피드백)에 통제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들 활동에서 요구하는 정신적 노력의 양이 한계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 두 가지 이상의 활동 중 어느 활동을 지지할 것 인지는 지속 성향과 순간적인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지속 성향(enduring disposition)은 주의의 불수의적 측면을 나타낸다. 신기한 일이나 갑자기 움직이는 물체 또는 자기 이름 등은 자동적으로 주의를 끈다. 순간적 의도(momentary intention)는 그 당시의 구체적 목적이나 목표를 반영한다. 교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친구를 찾아내기 위해 군중 속을 훑어보기도 한다.

주의의 수의적 측면과 불수의적 측면을 나누고 보면, 이 두 측면이 서로 상호 작용할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Folk, RemingtonJohnston(1992)은 이 둘이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즉 불수의적 주의가 수의적 주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3.6의 상단에 있는 지각 과제를 살펴보라. 피험자에게는 주변의 네모 4개 중 하나에 기호가 나타날 것이라고 알려주고, 네모 속에 ×=중 어느 것이 나타났는지를 재빨리 알아내 보라고 지시하였다. 표적 기호가 나타나기 직전에 4개의 네모 중 하나에다 단서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그 단서는 표적이 나타날 위치와는 전혀 무관하게 제외였기 때문에 정보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었다.

 

그림 3.6a는 단서는 왼쪽 네모를 가리키는데, 표적은 오른쪽 네모에 나타난 경우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단서가 제시된 곳에 표적 기호가 나타날 확률은 25%에 불과했다. 따라서 피험자들은 이 단서를 무시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단서가 나타났던 곳에 표적이 제시되면 피험자들의 반응은 더욱 정확했다. 이는 주의가 불수의적으로 단서에 포획되었음을 반영한다.

그림 3.6의 하단도 주의가 단서에 포획되는 현상을 예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건에서는 단서와 표적을 색상으로 구분해 두었다. 피험자들은 색상을 가진 기호가 ×=중 어느 것인지를 재빨리 알아내야 했다. 그림 3.6b는 단서는 왼쪽 네모에 제시되었는데, 표적은 오른쪽 네모에 제시된 시행을 보여준다. 이처럼 색상 단서가 표적의 위치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데도 색상 단서가 제시되었던 곳에 제시된 표적에 대한 반응이 더욱 정확했다. 즉 주의가 단선에 포획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단서는 그림 3.6의 상단에서처럼 위치관련 단서를 제시하고 표적은 그림의 하단에서처럼 색상으로 제시하면 피험자들은 단서를 무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 결과는 주의의 불수의적 측면과 수의적 측면 간의 상호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증거이다. 다시 말해, 단서에 쏠린 불수의적 주의가 표적의 구체적 속성에 쏟은 수의적 주의에 의해 통제된 것이다. 색상을 기준으로 표적을 선별해야 하는 조건에서는 단서가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단서도 색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의 모든 주의가 자동적으로만 포획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주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불수의적으로 포획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