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우월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모형
단어 재인에 관심을 가진 심리학자들을 괴롭힌 문제 중 하나가 단어우월효과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었다(Pollatsek & Rayner, 1989). 이 문제해결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한 모형으로 McClelland 와 Rumelhart(1981)의 상호활성화 모형(interactive activation model)을 들 수 있다. 이 모형의 기본 전제는 낱자 인식에 관한 Rumelhart(1970) 모형의 전제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첫 번째 전제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은 동시적 처리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처리가 동시적으로 전개된다는 말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공간적 동시처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극 단어 속의 낱자 4개가 모두 동시에 처리된다는 뜻이다. 이 전제는 Sperling의 동시적 주사라는 개념과 일치하며, Rumelhart 모형의 낱자 인식 방식과도 일치한다.
시각적 처리가 동시적이란 말의 두 번째 의미는 단어 재인(인식)에 관여하는 정보처리가 그림 2.14에 묘사된 세 가지 수준-속성 수준, 낱자 수준, 단어 수준-에서 동시에 전개된다는 뜻이다. 상호 활성화 모형의 핵심 전제는 관찰자가 무엇을 지각하게 될 것인지는 이들 세 수준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단어에 관한 지식과 눈으로 입력되는 속성정보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단어를 구성하는 낱자에 관한 증거가 확보된다는 뜻이다. 그림 2.14의 화살표는 이런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화살표를 보면 낱자 수준의 처리는 속성 수준의 처리에서도 정보를 받아들이고 단어 수준의 처리에서도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준들 사이의 연결은 흥분성과 억제성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흥분성 연결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고 억제성 연결은 앵두표로 표시되어 있다. 흥분성 연결(excitatory connection)은 낱자나 단어의 정체에 관한 정적 증거를 제공하고 억제성 연결(inhibitory connection)은 부적 증거를 제공한다. 예컨대, 대각선은 낱자가 K라는 가설에 대해서는 정적 증거인 반면, 낱자가 D라는 가설에 대해서는 부적 증거가 된다. 흥분성 연결과 억제성 연결은 낱자 수준과 단어 수준에도 나타난다. 어떤 단어의 첫 낱자가 W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W로 시작되는 모든 단어의 활성화는 증가하는 반면, W로 시작되지 않는 모든 단어의 활성화는 억제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상호활성화 모형은 낱자 인식에 관한 Rumelhart(1970)이론의 전제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제시된 자극 속의 속성이 탐지될 확률은 자극의 시각적 질(質)에 따라 달라진다. 탐지된 속성은 그 속성을 가진 낱자의 활성화 수준을 증가시키지만 그 속성을 갖지 못한 낱자의 활성화 수준은 감소시킨다. 각 낱자의 최종 활성화 수준은 이러한 흥분성 영향과 억제성 영향이 조합되어 결정된다. 예컨대, 수직 선분과 대각 선분이 탐지되면, 이 두 속성을 모두 가진 K와 R 같은 낱자의 활성화 수준은 매우 높아진다.
그림 2.15는 단어 WORK의 자극으로 제시되었을 때 K가 나타났다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이들 전제가 활용되는 방식을 예시한다. 그림 2.15의 아래 그래프는 네 번째 위치에 있는 낱장의 활성화 수준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나타내며, 그림 2.15의 위 그래프는 단어의 활성화 수준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찰자는 낱자 K의 속성을 더 많이 찾아내게 되며, 이에 따라 낱자 K에 대한 정적 증거가 꾸준히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낱자 D의 활성화 수준은 증가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낱자 D에는 없는 속성들이 탐지됨에 따라 낱자 D의 활성화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낱자 R의 속성 중 두 개는 낱자 K의 속성과 같기 때문에 R의 활성화 수준도 처음에는 증가한다. 그러나 네 번째 위치의 낱자가 R이 되면 제시된 자극은 단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짐에 따라 단어 수준으로부터 억제성 피드백을 받게 된다. 확인되는 속성이 많아짐에 따라 단어 WORK의 활성화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기를 바란다(그림 2.15의 위 그래프 참고).
물론 모든 심리학자들이 상호활성화 모형이 옳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특히, Massaro와 Cohen(1991)은 단어 정보와 낱자 정보가 상호작용하지 않고 상호 독립적으로 조합된다고 주장한다. 그림 2.14에 예시된 상호활성화 모형과는 달리, Massaro와 Cohen의 모형에는 단어 수준에서 낱자 수준으로의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단어에 관한 정보는 낱자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Massaro와 Cohen은 상호활성화 모형의 예측과 자신들이 제안한 모형의 예측을 비교한 결과, 단어 수준과 낱자 수준의 정보가 상호 독립적으로 통합된다는 자신들의 전제가 이들 정보가 상호작용한다는 상호활성화 모형의 전제보다 더 정확했다고 주장한다.
신경망 모형
McClelland와 Rumelhart가 상호활성화 모형을 구축한 것은 신경망 모형을 개발하기 위한 첫 단계 작업이었다. McClelland와 Rumelhart는 자신들이 개발한 신경망 모형을 동시 분산 처리(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 PDP) 모형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정보가 신경망 전체에 분산되어 보관되고 또 동시에 처리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신경망 모형(neural network model)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Rumelhart, Hinton, & McClelland, 1986). 이 중 일부는 상호활성화 모형에서 이미 고려되었던 것임을 주목하라.
1. 매듭(node)이라고 하는 한 세트의 처리 단위. 상호활성화 모형에서 각 매듭은 하나의 속성, 낱자, 혹은 단어를 표상한다. 각 매듭의 활성화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2. 매듭과 매듭 간의 연결(connections) 형태. 매듭들 사이의 연결은 흥분성과 억제성 연결로 이루어지며, 이 연결의 강도는 서로 다르다.
3. 매듭의 활성화를 관장하는 규칙. 활성화 규칙(activation rule)은 각 매듭이 당시의 활성화 상태가 입렫되는 흥분성 및 억제성 활성화와 조합되는 방식을 명시한다.
4. 활성화(activation) 상태. 매듭의 활성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특정 매듭의 활성화 정도가 의식(conscious awareness)의 역치를 넘으면 우리는 그 매듭을 의식하게 된다.
5. 매듭의 출력 함수(output functions). 출력 함수란 활성화 수준과 출력 간의 관계를 나타낸다. 예컨대, 어떤 매듭이 의식되는 데 필요한 역치를 명시한다.
6. 학습 법칙(learning rule). 학습은 매듭과 매듭 간의 연결 강도가 변하는 과정이다. 학습 법칙은 이런 변화가 야기되는 방식을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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