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속성 이론의 문제점을 고려해보자. 한 가지는 속성이 있는데도 자극형태에 관한 기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 2.4(Kanizsa, 1979, p. 74)엥서 겹쳐져 있는 두 개의 삼각형을 지각한다. 삼각형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개의 선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 그림에서 지각하게 되는 ‘삼각형’ 두 개 중 하나에는 선분이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 지각된 삼각형은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속성, 즉 착각성 속성을 기초로 구축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속성 이론의 두 번째 문제는 형태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속성들의 조합방식이 명시돼야 한다는 데서 발생한다. 형태를 구성하는 속성들 간의 관계는 인공지능 연구자들에 의해 공식화되었다. 이들은 형태를 구성하는 선분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따라 그 형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림 2.5가 두 가지로 해석되는 현상을 형판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속성 이론으로도 이 현상을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형태의 대표적 속성인 네 개의 변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형판 이론이나 속성 이론과는 달리, 구조 이론(structural theory)은 속성들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Clowes(1969)는 그림 2.5를 이용하여 형태를 적절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속성들 간의 관계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을 예증하였다. 이 형태가 가오리로 지각되기 위해서는 이웃한 선분끼리 집단화되어야 한다. 즉 선분 a와 b가 집단화되어 머리를 형성하고 선분 b와 c가 집단화되어 꼬리를 형성해야 한다. 이에 반해, 이 형태가 돛으로 지각되기 위해서는 반대편의 선분끼리 집단화되어야 한다. 즉 선분 a와 c가 집단화되어 돛의 위와 아래가 되고 선분 b와 d가 집단화되어 돛의 양옆이 된다.
구조 이론의 바탕에는 속성 이론이 깔려 있다. 속성들 간의 관계를 명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속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 이론은 확인된 속성들이 조합되는 방식을 명시하려 한다. 예컨대, 낱자 ‘ㅁ’은 수직선분 2개와 수평선분 2개로 구성된다. 그러나 2개의 수직선분과 2개의 수평선분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형태는 여러 가지다. 예컨대, ‘ㅂ’도 ‘ㅍ’도 2개의 수직선분과 2개의 수평선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속성 간 관계가 명시되지 않고서는 눈앞의 형태를 분명하게 묘사할 수가 없다.
이상의 논의에서, 동일한 세트의 속성으로 구성된 형태일지라도 그에 대한 묘사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을 것이다. 이런 일은 3차원 형태에 대한 묘사에서도 일어난다. 그림 2.6을 보라. 그 상판이 정사각형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두 탁자 같다. 그러나 왼쪽 탁자보다는 오른쪽 탁자의 상판이 정사각형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제 왼쪽 탁자의 상판을 오려 오른쪽 탁자의 상판에 포개어보라. 두 탁자의 상판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동일한 상판에 대한 묘사(지각)가 이처럼 다른 이유는 이들 형태에 대한 묘사과정이 탁자 상판의 외견상 깊이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자나 숫자 같은 2차원적 기호의 세계에서 물체로 구성된 3차원의 시계로 옮아가면, 물체의 속성을 찾아내고 그 속성들 간의 관계를 명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실례로 그림 2.7에 제시된 형태 각각을 육면체로 지각하려 해보라(Kopfermann, 1930). 왼쪽 것이 가장 어렵고 가운데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힌트 : 각각에서 속성을 찾아내야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라.)
그의 저서 Visual Intelligence에서 Hoffman(1988)은 우리의 시각체계가 자극의 형태를 묘사할 때 일정한 규칙에 따라 묘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규칙 중 하나가 ‘망막 상에서 직선이면 실제 세계에서도 직선인 것으로 해석하라’는 규칙이다. 이 규칙 때문에, 우리는 그림 2.7 오른쪽 형태의 중간에 있는 수직선분을 하나의 선분으로 지각한다. 그런데 이 형태가 육면체로 지각되려면 이선분이 각각 앞과 뒤에 있는 두 개의 선분으로 지각되어야 한다. 즉 규칙과 위배되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 때문에 이 형태를 육면체로 지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Hoffman의 주장이다. 왼쪽의 형태를 육면체로 지각하기가 더 어려운 이유는 이 경우, 중간의 수직선분뿐 아니라 두 개의 대각선 선분도 각각 두 개씩의 짧은 선분으로 지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의 형태가 육면체로 지각되지 쉬운 이유는 이제 여러분도 진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각된 육면체를 Necker 육면체(Necker cube)라고들 하는데, Necker 육면체가 유명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앞면으로 보였던 것이 뒷면으로 보이고, 뒷면으로 보였던 것이 앞면으로 보이는 식으로 앞면과 뒷면이 바뀌어 지각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속성은 변하지 않는데도 그에 대한 묘사(지각)는 바뀌는 또 하나의 예를 발견한 셈이다!
Biederman의 요소 모형. 그림 2.7에 제시된 육면체의 경우, 각각을 구성하는 선분은 12개나 된다. 따라서 삼차원의 물체를 묘사할 때 그 물체 속에 들어있는 모든 직선이나 곡선을 묘사하기란 쉽지 않게 된다. 하지만 3차원의 물체도 원기둥, 네모토막, 쐐기 및 원추와 같은 부피(volume)를 가지는 간단한 입방체로 묘사하면, 이들 입방체의 속성을 묘사하는 일보다 훨씬 쉬워진다.
직선 선분과 곡선 선분 등의 속성을 다양하게 조합하면 여러 개의 문자가 만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입방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면 수많은 상이한 물체가 생성된다. 예컨대, 그림 2.8의 커피 컵과 물통은 동일한 구성요소(입방체)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들 구성요소들이 조합된 방식이 서로 다르다. 형태지각에 관한 연구에서도 구성요소 및 구성요소들 간의 관계에 의해 자극형태에 대한 지각된 유사성이 결정되는 것으로 밝혀졌다(Arguin & Saumier, 2004). 예를 들어, 그림 2.8의 서류가방 두 개가 비슷한 것은 이 두 그림에 동일한 구성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류가방이 찻잔보다 물통과 더 비슷해 보이는 것은 구성요소들 간의 관계(손잡이가 모두 위에 붙어있다) 때문이다.
구성요소는 많지 않을지라도 그것들을 조합하는 방식만 많다면, 비교적 소수의 구성요소만으로도 다양한 물체를 묘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Biederman(1985)은 대략 35개의 이러한 요소(입방체)만으로도 이 세상이 모든 물체를 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구성요소를 지온(geons)이라 불렀다. 만약 Biederman이 옳다면, 형태 인식 과정은 수많은 요소를 변별하는 일보다는 이들 한정된 요소들 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일로 구성될 것이다.
그러므로 Biederman의 주장이 옳다면, 속성들 간의 관계를 삭제하면 형태 인식 능력이 감소해야 한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Bierdeman은 물체를 그린 선화에서 윤곽선의 65%를 지워보았다(그림 2.9 참조). 그림 2.9의 왼쪽 찻잔은 윤곽선의 중간 부분을 지웠기 때문에 나머지 조각들 간의 관계가 남아있는 상태이고, 오른쪽 찻잔은 윤곽선의 꼭짓점들을 지웠기 때문에 나머지 조각들 간의 관계가 제거된 상태이다. 여러 가지 물체의 그림을 이런 식으로 조작하여 피험자들에게 100msec 동안만 제시하고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맞추어보라고 하였다. 윤곽선의 중간 부분을 지운 조건에서는 70%정도 맞추었으나 윤곽선의 꼭짓점을 지운 조건에서는 50% 정도밖에 맞추지 못했다(Biederman, 1985). 속성들 간의 관계 정보가 제거되자 그런 속성들로 구성된 물체 인식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 결과는 물체의 형태 인식에는 물체를 구성하는 속성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속성들이 조합되어 보다 큰 요소(지온)를 형성하는 데도 속성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Biederman과 Cooper(1991)는 지온을 형성하는 과정에도 속성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한 쌍의 동일한 선화를 그린 후 각 그림의 윤곽선 중 50%를 지웠다. 윤곽선을 지운 방식은 그림 2.10이 보여주듯 상보적이었다. 즉 각 쌍의 그림 중 한 짝에서 지워진 윤곽선을 다른 짝에서는 살려두고, 앞 짝에서 지워지지 않은 윤곽선을 뒤 짝에서는 지워버리는 방식을 취하였다. 따라서 이들 두 짝의 그림을 겹치면 완전한 형태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림 2.10의 위아래에 제시된 두 쌍의 그림 중 위의 쌍에서는 각 그림의 지온들이 보존되어 있는 데 반해, 아래의 쌍에서는 각개의 지온들이 분리되어 있다. 다시 말해, 위의 그림에서는 피아노 위 덮개의 윤곽선과 꼭짓점들이 분리되었는데, 아래의 오른쪽 그림에는 그대로 보존되었다. Biederman과 Cooper(1991)는 이들 두 쌍의 그림 중 한 짝만 보고 그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게 한 후, 다른 짝을 제시하고는 그 물체의 이름을 대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명칭의 정확성을 측정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그림 2.10의 ‘1a’를 보고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린 후에 ‘1b’가 제시되면 ‘1b’의 이름을 대는 것이 용이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1a’와 ‘1b’에서는 동일한 지온이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a’와 ‘2b’는 서로 다른 지온을 활성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2a’를 정확하게 인식한다고 해도 ‘2b’의 이름을 대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아야 한다. 반응시간에서도 정확성에서도 이 예측은 지지되었다. 즉 각 쌍의 그림에 상이한 지온이 들어있을 때보다 동일한 지온이 들어있을 때가 반응도 빨랐고 정확성도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속성이 조합되어 보다 복잡한 물체를 형성하는 데도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론을 지지한다.
결론적으로, 구조 이론은 속성들의 관련 방식을 명시함으로써 속성 이론을 확장시켜 놓았다. Sutherland(1968)는 사람들의 형태 인식 능력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조 이론에서처럼, 자극의 형태를 묘사할 때 보다 강력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절에서 논의된 실험결과는 Sutherland가 옳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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