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지심리학 제 7판 이론과 적용(Rumelhart의 모형, 단어우월효과)-Stephen K. Reed 지음

율미로그 2025. 8. 10. 07:20

Rumelhart의 모형

Rumelhart(1970)Sperling에 의해 연구된 전체-보고법 및 부분-보고법은 물론 그 밖의 다양한 정보처리 과제에서의 수행을 설명하기 위한 수학적 모형을 제안하였다. Rumelhart의 모형은 Sperling의 전제, 즉 형태 인식에는 시각 정보 저장고가 중요하며 형태 인식은 동시적 주사로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구축되었다. 그러나 그의 모형은 형태가 인식되는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Rumelhart은 형태 인식이 그 형태를 구성하는 속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가정하였다.

속성 인식 과정에는 자극 속의 모든 속성이 동시에 처리되지만, 속성을 인식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처리할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관찰자가 인식할 수 있는 속성은 많아진다. 여러분이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노출기에 낱자 F, R, Z가 잠깐 노출되었다고 상상해 보라. 노출시간이 아주 짧다면 F의 수직선분, R의 곡선, Z의 대각선분밖에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봤는지를 추측이라도 해보라는 지시를 받으면 여러분은 이 정보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R을 보고도 R, P, 혹은 B를 봤다고 보고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위쪽에 곡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시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하면 더 많은 속성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추측하기도 쉬워지고 낱자 자체를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제시된 낱자들의 정체 파악은 제시시간뿐 아니라 낱자를 구성하는 속성을 얼마나 빨리 인식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해야 한다.

Rumelhart는 그의 모형에서 제시된 자극의 개수와 정보의 선명도에 따라 속성이 인식될 가능성이 달라지도록 설정해 두었다. 선명도를 중시한 것은 제시 시간이 끝나면 시각 정보에 대한 기억이 소멸하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정보의 선명도 또한 감소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시된 자극의 개수에 따라 속성 인식 가능성이 달라지도록 한 것은 한정된 양의 주의를 제시된 모든 자극에 분산시켜야 한다는 가정 때문이다. 자극의 개수가 많아지면 각 자극에 할당되는 주의의 양은 줄어들고, 결국 각 자극에 대한 인식이 늦어지게 된다.

Rumelhart가 그의 모형을 구축할 때 제시된 자극의 개수와 정보의 선명도에 따라 속성 인식이 달라진다고 가정한 것은 Sperling의 발견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전체-보고법에서 사람들이 보고할 수 있는 낱자의 개수가 평균 4.5개밖에 되지 않는 이유가 기억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지각의 한계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사람이 Rumelhart였다. 낱자의 개수가 12개까지 증가하는데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들 모두를 동시에 인식(지각)하려고 한다. 그런데 제시된 낱자가 많아지면서 각 낱자를 정확하게 인식할 확률이 낮아진다. 그러므로 인식 가능한 낱자의 수는 증가하지만, 각 낱자를 정확하게 인식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인식되는 낱자의 개수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Rumelhart의 설명이었다.

한편, 부분-보고법에서는 피험자들이 신호음을 듣기 전까지는 제시된 모든 낱자를 인식하려고 노력하다가, 신호음을 듣는 순간 그 신호음이 가리키는 줄에만 주의를 기울여 그 줄에 있는 낱자들만 인식해 내려고 한다고 Rumelhart는 주장한다. 신호음을 들은 후에는 인식 속도가 빨라지는데, 그 이유는 피험자가 12개가 아닌 4개의 낱자에만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 정보 저장고가 붕괴함에 따라 선명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가용한 시간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그 정보를 이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신호음이 가리키는 줄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못 하고는 신호음 지연시간에 의해 결정된다(그림 2.12 참고). 이러한 가정을 기초로 RumelhartSperling의 과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과제의 수행수준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제시된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다가, 어느 줄의 낱자를 보고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그 줄에만 주의를 집중한다는 가정을 포함한 다른 여러 가정들이 옳았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에서 확인되었다(Gegenfurtner & Sperling, 1993). 그러나 사람들은 신호음을 듣기 전까지는 주로 중간 줄에 주의를 기울이며, 따라서 중간 줄의 낱자를 보다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제시된 낱자들 중에서 사람들이 지각할 수 있는 것은 몇 개나 될까 하는 것이 Sperling이 처음에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였다. 하지만 부분-보고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여러분도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관찰자들은 처음부터 중간 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제시된 모든 낱자를 지각하려 한다. 그러다가 신호음을 듣고부터는 주의를 신호음이 가리키는 줄로 이동시키고, 그 줄에 있는 낱자들만 인식하려 한다.

Sperling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나은 방법으로 EstesTaylor(1996)가 고안한 탐지법(detection paradigm)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에서는 피험자들에게 두 개의 낱자를 미리 알려주고, 이 둘 중 어느 것이 제시되는지를 결정하라고 주문한다. 예컨대, 피험자들에게 BF가 제시된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준 다음, 열 개의 낱자를 제시하고서는 앞서 말한 BF 중 어느 것이 제시된 낱자들 속에 들어있었는지를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각 시행에서 낱자 하나만 보고하면 되기 때문에 기억 부담은 거의 없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EstesTaylor는 각 시행에서 지각된 낱자의 평균 개수를 추정할 수 있었다. Rumelhart(1970)도 자신의 모형-1960년대 연구된 시각 정보처리 과제의 수행을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한 모형-을 구축할 때 이 탐지법을 분석한 바 있다.

 

단어우월효과

1970년대에 와서는 형태 인식에 관한 많은 연구가 고립된 낱자 인식에 관한 연구에서 탈피하여 단어 속의 낱자 인식에 관한 연구로 바뀌게 되었다. 이 변동을 촉진한 것은 단어우월효과(word superiority)라는 현상이다. Reicher(1969)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Sperling(1967) 모형의 구성요소인 주사(scan) 과정의 함의를 검토하였다. 피험자들이 제시된 낱자 모두를 동시에 인식하려 한다고 하자. 그러면 4개의 낱자로 구성된 자극 하나를 인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1개의 자극 낱자를 인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똑같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eicher는 피험자들에게 1개의 낱자, 4개의 낱자로 만들어진 단어, 또는 4개의 낱자로 만들어진 비단어를 자극으로 제시하였다. 피험자의 과제는 낱자 한 개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1개의 낱자나 4개의 낱자로 구성된 단어 또는 4개의 낱자로 구성된 비단어를 일정한 시간 동안 제시한 후 차폐 자극과 함께 두 개의 낱자가 제시되었는데, 이 두 낱자는 피험자가 보고해야 하는 표적 낱자의 바로 위에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단어 WORK, 낱자 K, 그리고 비단어 OWRK가 자극으로 제시되었고, 차폐 자극과 함께 제시된 두 개의 낱자가 DK였다 하자. 이 경우 피험자가 보고해야 할 표적 낱자는 K기 때문에 K바로 위에 DK가 제시되었다(그림 2.13을 보라). 피험자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표적 낱자가 D였는지 K였는지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이 예에서 Reicher의 실험설계가 갖는 여러 가지 특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단어 자극이나 비단어 자극을 구성하는 낱자 4개는 동일하였다. 둘째, 표적 낱자의 위치도 단어와 비단어에서 동일하다. 셋째, 선택지로 제시된 두 낱자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자극이 단어인 조건에서는 단어가 되며(WORD 또는 WOKR) 자극이 비단어인 조건에서는 비단어가 된다. 넷째, 제시된 자극 낱자가 4개인 조건에서도 1개의 낱자만 보고하게 함으로써 기억의 부담을 최소화하였다.

실험 결과, 표적 낱자가 비단어 속에 제시되거나 또는 홀로 제시되었을 때보다 단어 속에 제시되었을 때 더 정확하게 인식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우리는 이 현상을 단어우월효과(word superiority effect)라 한다. 피험자 9명 중 8명이 표적 낱자가 홀로 제시된 조건에서보다 단어 속에 제시된 조건에서 더 나은 수행을 보였다. 이들 8명은 자극이 4개의 낱자로 보이지 않고 하나의 단어로만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들과는 반대 결과를 보인 피험자 한 명은 자극을 구성하는 낱자들이 4개의 독립된 낱자로 보였고, 자기는 이들을 조합하여 단어를 만들었다고 보고하였다.

단어우월효과는 하향처리를 예시하는 또 다른 보기에 속한다. 우리는 앞에서 문맥에 맞는 단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지식 덕분에 단어 인식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단어우월효과는 단어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그 단어 속의 낱자 인식을 보다 용이하게 만든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기억에 저장된 지식을 기초로 전개되는 하향처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형태 인식을 돕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