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불안장애와 우울증

율미로그 2025. 9. 13. 20:48

1) 불안장애

행동치료는 공포증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Watson과 Raynor(1920)는 Little Albert의 사례를 통해 공포반응이 고전적 조건 형성에 의해서 습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중성적 조건자극이 공포를 유발하는 무조건 자극과 반복적으로 짝지어 제시되면 공포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조건자극에 공포반응이 조건 형성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자극은 다른 자극에 비해 더 쉽게 공포반응이 조건 형성된다.
특정 공포증은 조건 형성뿐만 아니라 대리학습과 정보전이에 의해서 형성될 수 있다(Rachman, 1977). 공포증은 다른 사람이 특정한 대상을 두려워하며 회피하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그에 대한 두려움을 학습하는 관찰학습에 의해서도 습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를 무서워하는 어머니의 경우 그 자녀는 어머니의 공포반응을 관찰하면서 개에 대한 두려움을 학습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어머니는 자녀에게 “개는 위험하다, 가까이 가면 물린다, 피해라.”는 정보를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소통 수단을 통해 전달하게 되고, 그 결과 자녀는 개에 대한 공포를 지니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형성된 공포증은 회피 반응에 의해서 유지되고 강화된다. 공포증이 형성되면 공포 자극을 회피하게 되는데, 회피행동은 두려움을 피하게 하는 부적 강화 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지속된다. 또한 이러한 회피행동으로 인하여 공포 자극이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할 기회를 얻지 못하므로 공포반응은 소거되지 않은 채 지속된다. 이러한 과정은 Mowrer(1939, 1950)의 2요인 이론(two-factor theory)에 의해서 잘 설명되고 있다. 즉, 공포증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고전적 조건형성 등의 학습 원리가 관여하는 반면, 일단 형성된 공포증은 조작적 조건형성에 의해서 유지되고 강화된다.
행동치료는 특정 공포증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체계적 둔감법과 노출 치료가 효과적이며 참여적 모방 학습법과 이완훈련도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계적 둔감법(systematic desensitization)은 긴장을 이완시킨 상태에서 약한 공포 자극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강한 공포 자극을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이처럼 행동치료에서는 불안장애를 환경 자극에 대한 조건형성의 결과로 설명한다. 불안장애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는 불안반응을 유발하는 조건자극의 종류나 범위가 다르고 불안반응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만연된 걱정과 불안을 나타내는 범불안장애 역시 학습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공포증은 특수한 대상이나 상황에만 강한 공포반응이 조건 형성된 경우인 반면,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사소한 자극에 대해서 경미한 불안반응이 조건형성 되었거나 다양한 자극으로 일반화됨으로써 여러 상황에서 만연된 불안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범불안장애는 다양한 자극 상황에서 공포반응이 경미한 형태로 나타나는 일종의 다중 공포증(multiple phobia)인 것이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이 불안의 이유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은 불안반응을 유발하는 조건자극이 매우 사소하고 다양하여 불안반응의 촉발 요인으로 잘 자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사고와 행동을 나타내는 강박장애는 특정한 자극 상황과 연합된 강박행동을 통해서 불안을 덜 느끼게 하는 부적 강화를 얻기 때문에 지속된다. 강박장애는 행동치료 기법의 하나인 노출 및 반응방지법(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 ERP)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학습이론에 근거한 행동 치료적 기법으로서 강박장애 환자를 그들이 두려워하는 자극(더러운 물질)이나 사고(손에 병균이 묻었다는 생각)에 노출시키되 강박행동(손 씻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환자는 두려워하는 자극과 사고를 강박행동 없이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들이 두려워하는 결과(병에 전염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2) 우울증
행동 치료적 관점에서는 우울증을 사회환경으로부터 긍정적 강화가 약화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가 즐겁게 살아가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칭찬, 보상, 도움, 지지, 유쾌함 등의 다양한 긍정적 강화를 받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그러한 강화를 얻어낼 수 있는 다양한 행동을 하며 그 결과로서 긍정적 강화가 주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우울증이 이러한 긍정적 강화의 상실, 강화 유발 행동의 감소, 우울 행동의 강화에 의해서 발생하고 유지된다고 본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사건들(예: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실직, 낙제 등)은 긍정적 강화의 원천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즐거운 경험이 감소하고 불쾌한 경험이 증가한다. 이러한 경우, 개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화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거나 불쾌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하면, 긍정적 강화의 결핍상태가 지속되고 그 결과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
우울증을 행동 치료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Lewinsohn이다. 그와 동료들(Lewinsohn, Antonuccio, Steinmetz, & Terry, 1984)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 우울한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였다. 즉, 우울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생활 속에서 더 많은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고, 부정적 사건을 더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며, 혐오자극에 대해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긍정적 강화를 덜 받았다. 이러한 결과에 기초하여, Lewinsohn은 우울증이 긍정적 강화의 결핍과 혐오적 불쾌 경험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서 그는 긍정적 강화가 감소되고 혐오적 불쾌 경험이 증가하는 3가지 원인적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환경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실직, 이혼, 사별 등과 같은 부정적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과거에 주어지던 긍정적 강화가 현격하게 감소된다. 또는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긍정적 강화가 거의 없거나 처벌적인 요인이 많은 경우에도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칭찬은 별로 하지 않고 잘못에 대해서 엄하게 벌을 주는 부모의 양육 방식은 우울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둘째 유형은 적절한 사회적 기술과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 강화를 유도하는 사회적 기술이 미숙하거나 불쾌한 혐오적 자극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한 경우이다.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은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으로 강화될 행동은 행하고, 처벌되거나 비판될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복합적인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을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타인에게 불쾌한 기분을 유발하여 거부당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긍정적 강화가 감소하고 불쾌한 경험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혐오적 자극 상황(예: 친구들의 놀림이나 공격행동)에 대처하는 기술(예: 자기 표현적 대처 행동)이 부족한 경우에는 무기력해지고 그 결과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경험을 즐기는 능력은 부족한 반면, 부정적 경험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경우이다.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은 긍정적 강화는 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부정적 처벌은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작은 즐거움과 커다란 불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활동을 축소하게 되고 그 결과 긍정적 강화 역시 감소하게 되며 결국에는 활동의 결여 상태인 우울 상태에 이르게 된다.
우울증을 설명하는 주요한 이론 중의 하나는 Seligman(1975) 에 의해 제시된 ‘학습된 무기력 이론’이다. 학습된 무기력 이론(learned helplessness theory)은 개를 대상으로 조건형성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사실로부터 발전되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 종일 전기충격을 받은 개는 다음 날 옆방으로 도망갈 수 있는 상태에서도 마치 포기한 듯 움직이지 않은 채 전기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즉, 새로운 상황에서도 무기력하게 행동하며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것이 학습된 무기력 이론의 골자이다. 인간의 경우에도 좌절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도 좌절스러운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는 무력감이 학습되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점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즉, 피험자에게 통제할 수 없는 혐오적 소음을 계속 들려주거나 풀 수 없는 문제를 주어 반복적으로 실패 경험을 하게 했을 경우, 피험자들은 소음을 줄일 수 있거나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 수 있는 새로운 상황에도 노력을 포기해 버리는 무기력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 저자: 권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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