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권석만의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 중 ‘21세기의 심리치료와 상담’을 주제로,
심리학적 통찰과 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에세이입니다.
— 권석만 교수의 상담이론을 넘어, 나의 경험에서 찾은 마음 치유의 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한 가지 길만 있는 걸까?”

권석만 교수의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을 처음 읽었을 때 든 질문이다. 책에서는 정신분석, 행동치료, 인지치료, 인간중심치료, 가족치료 등 서양에서 발전한 심리치료 이론들을 소개하며, 각 이론이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문제를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 수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반면, 동양적 심리치료 — 예를 들어 명상, 선(禪), 요가, 불교 심리학, 마음챙김 같은 접근은 문제를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머물며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고통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의 관계를 바꾸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자아초월 심리치료(Transpersonal Therapy) 이다. 인간을 단순히 “정신적 문제를 가진 개인”이 아니라, 영적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나는 이 세 가지 흐름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고 느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서양 심리치료가 알려준 것: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우울과 불안을 겪을 때 나는 늘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지’ 분석하려 들었다. 자동적으로 ‘생각 기록표’를 그리며 왜곡된 인지를 찾고, 혹은 감정의 원인을 어린 시절로 추적했다. 이 방식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마치 엉킨 전선을 하나씩 풀어내는 느낌이었다.
- 인지치료는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 바뀐다”고 말했고,
- 행동치료는 “행동부터 바꿔라. 감정은 나중에 따라온다”고 했으며,
- 정신분석은 “네가 화내는 이유는 엄마에게서 온 마음의 패턴 때문일 수도 있다”고 알려줬다.
즉, 서양 심리학은 ‘마음은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가르쳐줬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문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이 감정도 왜곡일까? 지금 우울한 것도 또 분석해야 하나?’
그때부터 나는 지쳤다. “또 나를 고쳐야 한다”는 의무감 탓이었다.
동양 심리치료가 말한 것: “그냥 두어라. 거기에도 생명이 있다”
그 무렵 우연히 접한 것이 **마음챙김(Mindfulness)**과 **선(禪)**이었다. 이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분석하지 말고, 그냥 보고만 있어라.”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그게 무슨 치료가 되냐’ 싶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감정이 폭발해서 숨이 가빠질 때, 나는 분석도 억누르기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 신기하게도 감정은 점점 모양이 바뀌었다.
처음엔 화산처럼 뜨거웠는데,
잠시 후에는 둔탁한 돌처럼 무거웠고,
또 잠시 후에는 미지근한 수증기처럼 흩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감정은 적이 아니라 ‘흘러가는 손님’**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나는 감정을 ‘치료해야 할 증상’이 아닌 ‘하나의 생명’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자아초월 심리치료: “나는 나를 초월할 수 있다”
서양은 ‘고치기’, 동양은 ‘수용하기’라면, 자아초월 심리치료는 **‘확장하기’**에 가깝다.
명상이나 심층 기도, 몰입 경험(Flow), 예술적 도취감 등을 통해 인간은 ‘나’라는 좁은 자아를 넘어 더 넓은 의식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가끔 자연 속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 숲길을 걷다가 나뭇잎 사이로 빛이 쏟아질 때,
갑자기 “아, 내가 나라는 형태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존재’일 뿐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엔 우울도 불안도 없다. 그냥 ‘존재한다’는 감각만 있다.
이 경험은 상담실에서 들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심리치료의 최종 목적지는 **‘정상적 인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실생활에서의 활용법
| 불안이 올라올 때 | 생각 기록, 원인 분석 | 불안을 ‘그대로 관찰’ | 숨을 고르고 ‘전체 존재감’에 집중 |
| 관계 갈등 | 의사소통 기술 훈련 | 감정을 조절하며 거리두기 | “우리 모두 다 상처 입은 존재”라고 바라보기 |
| 우울감 | 행동 활성화(일어나서 움직이기) | 우울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 자연, 예술, 공동체 속에서 연결감 느끼기 |
나는 이 셋을 상황에 따라 섞어서 사용한다.
- 머리가 복잡할 땐 인지치료 도구를 쓰고,
- 감정이 너무 벅찰 땐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땐 나보다 큰 무언가와 연결되는 경험을 만든다.
마무리 -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치유”가 아니라 “존재의 자유”
내가 심리치료 이론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 심리치료는 문제 해결의 기술을 알려줬고,
동양 심리치료는 고통을 다루는 태도를 알려줬으며,
자아초월 심리치료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고장 난 인간이 아니라, 아직 다 피워보지 못한 존재일 뿐이다.”
※ 본 글은 권석만의 『현대심리치료와 상담이론』을 참고하여 작성한 개인적 해석이며,
상업적 목적 없이 심리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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