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바뀐다 — 인지치료의 지혜

율미로그 2025. 10. 10. 11:34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석한 대로 본다.”
이 한 문장은 인지치료의 핵심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행동의 대부분은 외부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석만 교수의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에서 소개된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
1970년대 아론 벡(Aaron Beck)이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며 시작된 접근법이다.
그는 내담자들이 "나는 실패자야",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같은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s)에
지배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생각들은 사실이 아닌데도,
그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철저히 조종하고 있었다.


💭 ‘생각-감정-행동’의 연결 고리

인지치료는 인간의 심리 문제를 비합리적 사고에서 찾는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그 원인은 대개 현실보다
‘생각의 왜곡’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에서 상사가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하자.
A는 ‘오늘 기분이 안 좋으신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B는 ‘내가 뭘 잘못했나 봐. 나를 싫어하시는 거야’라고 해석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B는 자기 비난과 불안을 느끼고,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이 차이를 만든 건 사실이 아니라 사고의 해석 방식이다.
인지치료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비합리적 사고의 유형들

권석만 교수는 인지치료의 대표적 사고 왜곡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흑백논리적 사고 – 모든 것을 0 아니면 100으로 나누어 보는 경향.
    ("완벽하지 않으면 난 실패자야.")
  2. 과잉일반화 – 한 번의 실패를 인생 전체로 확장하는 생각.
    ("면접에서 떨어졌어. 난 인생 전체가 끝났어.")
  3. 선택적 추상화 – 부정적인 부분만 확대해서 보는 습관.
    ("다들 웃었지만, 그 친구가 찡그린 표정만 보여.")
  4. 감정적 추론 – 감정을 사실로 착각하는 오류.
    ("불안하니까, 분명 뭔가 잘못된 게 있을 거야.")
  5. 당위적 사고 – ‘~해야 한다’는 경직된 신념.
    ("항상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 해.")

이러한 사고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결국 불안·우울·분노 같은 감정을 악화시킨다.


🪞 나의 경험 — ‘생각의 함정’을 알아차리다

나는 몇 년 전, 업무 스트레스로 극심한 번아웃을 겪은 적이 있다.
작은 실수에도 “나는 무능하다”, “팀에 폐만 끼친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밤마다 자책하며 일을 붙잡았지만, 피로만 쌓였다.

그때 한 상담 선생님이 내게 “그 생각이 진짜 사실일까요?”라고 물었다.
순간 머릿속이 멈췄다.
나는 내 생각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감정이 만들어낸 추론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실수를 하면 일단 멈추고,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이건 단지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이 일이 나의 전부를 말해주진 않는다.”

이 단순한 문장이 내 마음의 균형추가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서,
감정보다 현실적인 사고로 자신을 바라보는 힘이 생겼다.


🔍 인지치료의 실제 활용 — ‘생각 기록표’

인지치료에서 자주 쓰는 도구 중 하나가 **‘인지기록표’**다.
이는 감정이 요동칠 때, 자신의 사고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방법이다.

상황자동적 사고감정근거대안적 사고결과
상사가 인사 안 함 나를 싫어하나 봐 불안, 슬픔 사실 근거 없음 피곤했을 수도 있다 불안이 줄어듦

이 기록을 꾸준히 하면,
‘감정의 자동 반응’을 멈추고 ‘생각의 선택권’을 회복할 수 있다.
권석만 교수는 이런 과정을 **‘인지적 재구조화(cognitive restructuring)’**라고 부른다.
즉, 왜곡된 생각을 찾아내어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바꾸는 과정이다.


🌱 일상 속 인지치료의 실천

인지치료는 단지 상담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기법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 자기 대화 점검하기: ‘나는 항상 실패해’ 같은 말을 들으면,
    ‘항상?’ ‘정말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을까?’라고 되묻는다.
  • 사실과 해석 구분하기:
    “그가 나를 무시했다”는 것은 해석이다.
    사실은 “그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이다.
  • 긍정적 자기 진술 연습:
    “실수했지만, 배울 수 있었어.”
    “이번엔 힘들었지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

이런 작은 연습들이 쌓이면,
마음은 점점 더 유연하고 회복탄력적으로 변한다.


💡 인지치료가 주는 메시지

인지치료는 말한다.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 바뀌고 삶이 달라진다.”

우리는 늘 ‘상황의 피해자’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사고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를 물을 수 있다면,
그 순간 이미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권석만 교수의 말처럼,

“심리치료의 목표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의 렌즈를 닦는 일이다.”

 

 

✨ 마무리

인지치료는 단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관찰하고, 검증하고, 다시 구성하는 지적인 과정이다.
삶의 문제는 언제나 생기지만,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사고 틀이 유연해질 때
감정도, 행동도, 결국 삶의 질도 함께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