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율미로그 2025. 9. 19. 11:19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는 마샤 리네한(Marsha Linehan)이 경계선 성격장애의 치료를 위해 1993년에 개발한 것으로서 마음 챙김이 주요한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DBT가 진단과 상관없이 강렬한 정서적 고통이나 충동을 경험하는 내담자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inehan에 따르면,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는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정서적 취약성(emotional vulnerability)을 지닌다. 이러한 정서적 취약성은 (1) 정서 자극에 매우 예민하고, (2) 정서 자극에 매우 강렬하게 반응하며, (3) 평상시 정서 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의미한다.
DBT의 치료 목표 중 하나는 내담자의 경험에 대한 수용과 변화의 변증법적 갈등을 해결하고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변화 대 수용의 변증법에 따르면, 치료자는 내담자를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 주어야 하는 동시에 그들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일어나야 할 변화들이 무엇인지를 밝혀주어야 한다. DBT 치료자는 회기 내에 수용이 변화를 이끌 수 있고, 변화가 다시 수용을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서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원인은 내담자가 불쾌 감정을 자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마음 챙김(mindfulness)을 통해서 내담자가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정서에 노출하고 직면하게 함으로써, 상상했던 것보다 덜 두려운 정서로부터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한다. 즉, 정서적 고통을 알아차리고 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도록 도움으로써 내담자의 정서적 강도를 감소시키고 빠르게 평상시 정서 상태로 되돌아오도록 하여 정서 회피에 대한 욕구를 줄일 수 있다.
DBT는 감정조절 장애를 지닌 내담자들에게 다양한 심리적 대처 기술을 교육함으로써 격렬한 정서 상태에서도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습관화되도록 지속적으로 훈련시킨다. DBT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기술이 마음 챙김 기술이다. 마음 챙김 기술은 DBT의 중심이 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가르치는 기술이자 1년 내내 역점을 두고 나머지 모듈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복습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Linehan은 세 가지 마음 상태를 제시하는데, 첫째는 ‘합리적 마음’, 둘째는 ‘감정적 마음’, 셋째는 ‘지혜로운 마음’이다. 합리적 마음 상태란 지적으로 경험에 접근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면 문제를 해결할 때 냉철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어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그 사람의 현재 정서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면, 그 사람은 감정적 마음 상태에서 있는 것이다. 지혜로운 마음은 이 두 마음을 통합한 상태로서, 이 두 개의 마음 상태를 뛰어넘어 감정적 경험과 논리적 분석에 직관적 인식을 추가해 놓은 상태를 가리킨다. 이때 마음 챙김 기술은 감정적 마음과 합리적 마음 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지혜로운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DBT에서는 대인관계 기술, 정서 조절 기술, 고통 감내 기술, 의미 창출 기술을 가르친다. 대인관계 기술은 내담자가 구체적인 대인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으로써 사회적 기술과 자기주장 기술을 습득하면서 궁극적으로 대인 관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DBT에서의 정서 조절 기술은 불쾌한 정서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정서적 고통을 줄이면서 강렬한 정서 상태의 강도, 지속시간, 빈도를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감정을 회피하거나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고통 감내 기술은 인간의 삶에서 필연적인 고통이나 아픔을 수용하고 감내하는 다양한 방법을 의미한다. 고통 감내는 개인의 환경과 현재의 감정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경험하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멈추거나 통제하지 않은 채 그대로 관찰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을 회피하거나 저항하기보다 그것을 감내함으로써 오히려 이차적 정서 반응과 회피행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의미 창출 기술은 자신의 행위와 경험에 대해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창조함으로써 생활 속에서 만족감과 충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의미한다.

 

마음 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마음 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는 John Teasdale과 그의 동료들(Teasdale, 1999; Segal, Williams, & Teasdale, 2002)이 우울증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개발한 치료 방법이다. MBCT의 목표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자동적 사고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서 인지치료의 이론과 MBSR의 기법을 접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마음 챙김 훈련을 통해서 우울증의 재발을 촉발하는 자동적 사고가 떠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수용하며 거리를 둠으로써 자동적 사고의 부정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MBCT는 Barnard와 Teasdale(1991)이 제시한 ‘상호작용하는 인지 하위체계(Interacting Cognitive Subsystems)’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정보를 처리하고 감정을 느끼는 여러 가지 마음의 양식(mode)으로 이루어진다. 그 주요한 두 가지 마음의 양식은 행위 양식과 존재 양식이다. 행위 양식(Doing mode)은 목표지향적이고 목표의 성취를 위해 행위에 몰두하는 삶의 방식으로서 현실과 목표의 괴리를 인식할 때 촉발된다. 이러한 양식이 촉발되면 자동적으로 부정적 감정이 유발되며 그러한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 습관적인 심리 과정과 행동 패턴이 작동한다. 행위 양식에서는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고 과거로 또는 미래로 분주하게 옮겨 다닌다. 반면에, 존재 양식(Being mode)은 특정한 목표를 지향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어떤 변화도 바라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허용(allow)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존재 양식에서는 현재의 경험을 충분히 자각하고 현재의 순간에 충분히 존재하고자 한다. 존재 양식에서는 사고나 감정이 단지 마음을 지나가는 사건이며 생겨났다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정신건강은 한 가지 양식에 고착되지 않고 두 가지 양식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즉, 환경의 조건에 따라 적절한 양식으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우울증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담자로 하여금 존재 양식으로 전환하게 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Barnard와 Teasdale(1991)에 따르면, 존재 양식으로서의 전환을 위해서는 상위인지적 자각이 중요하다. 상위인지적 자각(metacognitive awareness)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여기기보다 마음에 떠오른 정신적 사건으로 경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는 탈중심화(decentering) 능력을 의미한다. 이처럼 상위인지적 자각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부정적 사고나 감정에 함몰되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정신장애에 빠져들지 않는다.
MBCT는 집단치료의 형태로 8주에 걸쳐 실시되는 매우 구조화된 치료이다. 매회기마다 우울증의 인지 이론과 관련된 교육과 더불어 MBSR과 유사한 마음 챙김 훈련이 병행된다. 1회기에는 자동조종(automatic pilot)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마음 챙김을 교육한다. 자동조종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 챙김을 훈련하기 위해서 건포도 명상과 바디스캔을 실시한다. 2회기에서는 바디스캔을 통해서 신체에 대한 집중적인 마음 챙김을 훈련하고, 3회기에는 호흡에 대한 마음 챙김을 연습한다. 4회기에는 마음 챙김을 통해서 현재에 머물기를 훈련하며 정좌 명상과 호흡명상을 실습한다. 이 회기에서는 자동적 사고척도를 실시하고 우울증의 진단 기준을 소개한다. 5회기에는 수용하기와 내버려 두기를 다룬다. 자신의 사고나 경험을 변화시키거나 억제하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수용적 태도를 가르친다. 6회기에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하며 정좌 명상을 실시한다. 7회기에는 우울 증상이 시작되려는 재발 경고를 알아차리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아울러 즐거움과 숙달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계획하고 정좌 명상을 비롯한 마음 챙김 연습을 한다. 8회기에는 그동안 배운 것을 활용하여 우울한 기분에 대처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가르친다. 규칙적인 마음 챙김 연습을 통해서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우울 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격려한다.
MBCT는 우울증의 재발률 감소에 있어서 기존의 인지치료와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Teasdale, Segal, Williams, Ridgeway, Soulsby, & Lau, 2000). Ma와 Teasdale(2004)에 따르면, 3~4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MBCT를 통해서 재발률이 약 50% 정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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