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하지 않은 부적응적 행동을 약화시키는 행동치료적 기법으로는 소거, 혐오적 조건형성, 노출 및 반응방지법, 상호억제, 체계적 둔감법 등이 있다.
소거 소거는 부적응적 행동이 반복되어 나타나도록 강화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부적응적 행동은 여러 가지 보상에 의해서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강화 요인을 찾아 제거함으로써 부적응적 행동의 강화를 차단하게 되면 그 행동이 감소하게 된다. 예컨대, 어린 아동의 부적절한 행동은 부모나 교사가 계속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줌으로써 강화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이 이러한 행동을 했을 때 부모나 교사가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으면 서서히 그러한 행동이 감소하게 된다.
혐오적 조건형성 행동치료에서는 처벌보다 보상의 사용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보상으로 인해 내담자의 자존감이 향상되고 치료자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제거하려는 문제행동과 불쾌 경험을 짝짓는 혐오적 조건형성도 매우 효과적인 행동 변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서 구역질을 유발하는 약을 사용하여 술을 마실 때마다 불쾌 경험을 느끼게 함으로써 알코올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는 아동이 문제행동을 할 때마다 가만히 서 있게 하거나 좋아하는 행동을 못 하게 하는 ‘타임아웃(time-out)’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혐오치료에서는 시각적인 심상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금연을 하려는 내담자에게 담배와 관련된 질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할 수 있다. 또는 부정적인 자극이나 행동에 과도하게 노출시키는 홍수기법을 통해서 담배에 대한 싫증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금연하려는 내담자에게는 많은 양의 담배를 연속적으로 피우게 하여 담배에 대한 싫증과 혐오감을 갖도록 할 수 있다. 혐오치료를 설계하고 적용할 때는 신체적 또는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내담자의 권리와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혐오치료는 다양한 중독 행동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출법 행동치료에 있어서 노출법은 매우 중요한 치료기법 중 하나다. 노출법(exposure)은 내담자가 두려워하는 자극이나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직면하게 함으로써 그러한 자극 상황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반복적인 노출은 자극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는 둔감화 현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노출은 행동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치료법에서도 치료 효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치료적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출 및 반응방지법(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은 문제행동을 하게 되는 자극 상황에 노출시키되 문제행동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극 상황과 문제행동의 연합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특히 강박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오염과 관련된 자극을 만지면 반복적인 손 씻기 행동을 나타내는 강박장애 환자의 경우, 화장실 손잡이를 만지게 하거나 더러운 자극에 노출시키되 손 씻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 손을 씻지 못하는 환자는 처음엔 불안 수준이 높아지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적으로 불안이 완화되어 결국에는 오염물질을 만지거나 손을 씻지 않아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노출법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적인 불안 자극에 직접 노출시키는 실제상황 노출법(in vivo exposure)과 상상을 통해 불안 자극에 노출시키는 상상적 노출법(imaginal exposure)이 있다. 또한 낮은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부터 서서히 강도를 높여가는 점직적 노출법(graduated exposure)과 처음부터 강한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에 노출시키는 급진적 노출법(intense exposure)이 있다. 급진적 노출법의 대표적인 예가 홍수법이다. 홍수법(flooding)은 내담자에게 강한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이나 심상을 노출시키고 불안이 감소될 때까지 노출을 계속하는 방법이다.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Thomas Stampfl이 개발한 내파법(implosive therapy)이 있다. 내파법은 현실보다 과장된 형태로 불안을 유발하는 심상을 계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불안반응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내담자의 불안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여 그와 관련된 과장된 형태의 심상 내용을 구성하여 제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급진적 노출법은 내담자의 불안을 높여 심한 불쾌함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상적 노출보다는 실제상황에서의 노출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계적 둔감법 Wolpe에 의해 개발된 체계적 둔감법(systematic desensitization)은 부적응적 증상을 제거하는 대표적인 기법으로서 특히 공포증과 같은 불안장애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은 교감신경계의 흥분을 동반하기 때문에 교감신경계가 이완되면 불안도 감소한다. 즉, 심리적 불안과 신체적 이완은 병존할 수 없다. 체계적 둔감법은 병존할 수 없는 새로운 반응(신체적 이완)을 통해 부적응적 반응(공포반응)을 억제하는 상호억제(reciprocal inhibition)의 원리를 이용하는 기법으로서 이미 조건 형성된 부적응적 반응을 해체시키는 새로운 조건형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탈조건형성(decondition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체계적 둔감법의 첫 번째 단계는 내담자에게 불안을 대치할 이완반응(relaxation)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근육을 강하게 긴장시켰다가 이완하는 방법을 통해서 팔, 얼굴, 목, 어깨, 가슴, 다리의 이완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내담자가 불안 상황을 상상하더라도 이완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이완훈련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불안 위계(anxiety hierarchy)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불안을 일으키는 사건들을 평가하고 불안의 정도에 따라서 위계를 정한다. 불안 위계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내담자에게 불안을 야기하는 사건들의 시세하고도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교한 불안 위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불안 유발 상황에 대해서 주관적 불편척도(subjective units of discomfort scale: SUDs)를 사용하여 완전한 이완 상태인 0점에서 가장 불안한 상태인 100점까지 점수를 할당하게 한다. 예컨대, 뱀 공포증을 지닌 내담자의 경우, 뱀과 비슷한 밧줄을 보는 상황(10), 뱀의 그림을 보는 상황(30), 유리 상자 안에 들어있는 뱀을 바라보는 상황(50), 뱀을 살짝 손으로 만지는 상황(70), 뱀을 목에 두르는 상황(90)의 순서로 불안 위계를 작성할 수 있다.
세 번째 둔감화(desensitization) 단계로서 이완 상태에서 낮은 수준의 불안 유발 자극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완반응을 불안 유발 자극과 짝지음으로써 이러한 자극에 대한 둔감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뱀 공포증 내담자의 경우, 충분한 이완 상태에서 가장 약한 불안을 느끼는 자극 상황, 즉 뱀과 비슷한 밧줄을 보여준다. 이완 상태에 있는 환자가 별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보고하면, 좀 더 강한 공포 상황인 뱀의 그림을 보여준다. 이렇게 이안된 상태에서 조금씩 강한 공포 상황에 노출시킨다. 만약 환자가 공포를 느낀다고 보고하면 공포 자극의 노출을 멈추고 긴장을 이완시킨다. 충분히 이완되면 다시 약한 공포 상황부터 제시한다. 공포 자극 상황은 실제로 제시할 수도 있고 상상을 통해 제시할 수도 있는데, 뱀에 대한 공포를 지녔던 사람이 이러한 체계적 둔감법을 통해서 뱀을 만지고 목에도 두를 수 있는 상태로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체계적 둔감법은 실제적인 불안 자극을 직접 노출시키는 방법과 불안 자극의 상상을 통해 노출시키는 방법이 있다. 체계적 둔감법은 불안장애뿐만 아니라 분노, 천식 발작, 불면증, 악몽과 같은 다양한 문제의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부적응행동과 반대되는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강화를 줌으로써 부적응행동을 약화시키는 상반 행동 강화 방법, 유사한 자극 상황에서도 부적응행동을 하지 않는 모방 대상을 관찰함으로써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모방학습이나 역할극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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