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이란 무엇인가
최근에 서구의 심리치료자들은 동양의 심리학적 사상 또는 수행 방법을 받아들여 심리치료의 영역과 방법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요즘의 심리치료계에서는 마음 챙김 명상에 대한 관심이 드높다. 오래전부터 서구의 심리치료자들은 불교의 교리나 선(禪) 또는 집중 명상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여왔지만, 마음 챙김 명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최근에는 마음 챙김에 근거한 다양한 심리치료법이 개발되어 널리 시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법(MBSR),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마음 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수용전념치료(ACT)이다.
마음 챙김(mindfulness)은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행위를 말한다. 마음 챙김은 불교의 수행법 중 하나인 위빠사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에서 기인한다. 불교 수행법은 다양하게 구분되지만 그 핵심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과 마음을 관찰하여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여 산란한 마음을 멈추게 하여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는 수행법이 지법(止法)으로서 삼학(三學)의 정(定)을 의미하며 사마타 명상(samatha meditation) 또는 집중 명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에 마음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세세 밀밀하게 바라보면서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법은 관법(觀法)으로서 삼학(三學)의 혜(慧)를 의미하며 위빠사나 명상 또는 통찰 명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관법 시행, 즉 위빠사나 명상의 핵심이 바로 마음 챙김(sati)이다. 사띠(sati)는 ‘기억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이지만 ‘분명한 알아차림’ ‘현재에 대한 주의집중’ ‘충분히 깨어있음’을 의미하여 감관의 문을 통해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몸과 마음의 모든 현상을 감지하여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띠(sati)는 영어로 ‘mindfulness’로 번역되어 사용하고 있으며 한글로는 마음 챙김, 알아차림, 마음 지킴, 마음 모음, 마음 바라보기 등의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마음 챙김’이라는 번역을 사용하고자 한다.
우 빤디따 사야도(2002)는 마음 챙김의 주요한 네 가지 특성으로 (1) 즉시성, 즉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 (2) 들뜨지 않음, 즉 관찰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노력, (3) 대상을 조작하지 않음, 즉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작하거나 조절하려 하지 않고 다만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4) 보호함, 즉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는 작용을 들고 있다. 마음 챙김은 몸과 마음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식 경험에 주의를 집중하여 이를 있는 그대로, 즉 비판단적이고 비평가적인 수용적 태도로 명확하게 알아차리는 의도적 노력으로써 번뇌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이처럼 비판단적인 마음, 집중된 주의력, 명확한 알아차림은 마음 챙김 명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안승준, 1993).
서양의 심리학자들은 마음 챙김 명상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Kabat-Zinn(1990)은 마음 챙김을 통해서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이 증진되고, 의도적으로 몸과 마음을 관찰함으로써 순간순간 체험한 것을 느끼며, 또한 체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보았다. Teasdale 등(2000)에 따르면, 마음 챙김은 생각과 감정을 현실의 반영이 아닌 내적인 정신적 사건으로 자각하는 능력, 즉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하여 거리를 두는 능력을 증진시킨다. Dimidjian과 Linehan(2003)은 마음 챙김 요소로 (1) 알아차림(내적, 외적 현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민감하게 자각하는 것), (2) 명명하기(내적, 외적 현상에 대해 이름을 붙이는 것), (3) 비판단적으로 수용하기, (4)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서양 사회의 경우, 마음 챙김 명상을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시행한 사람은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다. 그는 1979년에 생활 스트레스, 만성적 통증과 질병, 두통과 고혈압,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MBSR은 8주 정도의 마음 챙김 훈련을 통해서 신체적·심리적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MBSR 프로그램은 신체의 모든 감각에 대한 알아차림을 강조하고 있으며 먹기, 걷기, 숨쉬기와 같은 일상 행동에 대한 마음 챙김, 신체의 각 부위의 감각에 집중하는 바디스캔(body scan), 그리고 몸을 골고루 풀어주는 하타요가와 같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8주 프로그램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MBSR의 1회기에서는 방황하는 마음의 속성을 설명하고 마음 챙김 명상과 이를 위한 7가지 기본적 태도를 소개한다. 건포도 먹기 훈련을 통해서 무심코 자동적으로 먹는 행위에서 벗어나 건포도를 관찰하고 입으로 느껴지는 다양한 감각에 집중하면서 마음 챙김을 하는 연습을 한다. 다음으로 주의를 몸의 각 부위로 옮겨 다니며 그 감각을 관찰하는 바디스캔에 관한 실습을 한다.
2회기는 행위 양식에서 존재 양식으로 변화를 주제로 진행된다. 바디스캔을 통해서 마음의 산만성을 재삼 깨닫게 하고,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하면서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바디스캔과 더불어 마음 챙김 걷기 명상의 실습을 한다.
3회기의 주제는 ‘호흡의 힘’으로서 마음이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를 호흡 훈련을 통해 다시 한번 인식하도록 하고, 의도적으로 마음을 챙겨 호흡을 해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습은 바디스캔과 호흡명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4회기의 주제는 ‘마음 챙김 호흡’으로서 호흡을 하면서 감정이나 생각의 변화를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게 된다. 실습은 마음 챙김 호흡과 더불어 정좌 명상으로 구성된다. 정좌 명상에서 참가자는 의자나 방석에 편안하게 앉아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리나 냄새와 같은 외부 자극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한 후에 주의의 초점을 감정이나 생각으로 옮겨가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의식에 떠올랐다가 변화되고 사라져 가는 것을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훈련을 하게 된다.
5회기에는 현재에 머물며 항상 깨어 있는 연습을 한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을 판단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며 수용하도록 한다. 실습은 정좌 명상과 소리 듣기와 생각하기로 구성되어 있다.
6회기에는 하타요가를 하면서 마음 챙김을 하게 된다. 하타요가의 47개 동작을 느리고 부드럽게 행하면서 움직임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동작을 하는 동안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고 신체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요가 동작과 함께 마음 챙김 하는 것을 익히도록 한다.
7회기는 ‘마음 챙김의 날(A Day of Mindfulness)’로서 참가자 모두가 묵언하며 서로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먹기 명상과 더불어 일상적 활동을 하게 된다. 참가자는 정좌 명상, 걷기 명상, 바디스캔, 요가 수행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도자에 의해 제공되는 지시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침묵 속에서 지내게 된다.
8회기 주제는 ‘자신만의 명상법’으로 참가자가 모우 8주 간의 프로그램에서 느낀 소감을 발표한다. 바디스캔이나 정좌 명상을 통한 자신만의 명상법을 소개하고 지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체험과 깨달음을 공유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Kabat-Zinn(1990)은 마음 챙김을 통해 특정한 상황에서 자동적 또는 습관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사려 깊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마음 챙김 수행을 통해 더 이상 자동반응을 하지 않고 숙고 반응을 할 수 있음으로 해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신체적 또는 심리적 질병으로부터의 치유를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MBSR은 정신건강과 더불어 신체 건강을 증진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SR 프로그램을 적용한 64개의 연구들의 메타분석 결과에 의하면, MBSR은 행복감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불면, 통증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Davidson & Kabat-Zinn, 2004; Grossman, Niemann, Schmidt, & Walach, 2004).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 저자: 권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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