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젊은 과학으로서의 심리학 — 확신보다 질문을 선택하는 용기

율미로그 2025. 11. 3. 14:03

이 글은 스타노비치 키이스의 『심리학의 오해』 중 ‘젊은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주제로,

심리학적 통찰과 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에세이입니다.

 

 

 

1. 과학이라 하기엔 애매한 심리학?

심리학은 언제나 모호한 위치에 서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학이 과학이라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감으로 다루는 이야기 같다”고 말한다.
이는 스타노비치(Keith E. Stanovich)가 『심리학의 오해』에서 말한 “젊은 과학으로서의 심리학(young science)”이라는 표현과도 닿아 있다.

그는 심리학이 ‘불확실한 과학’이 아니라 ‘진화 중인 과학’이라고 강조한다.
물리학처럼 확정된 법칙은 아직 없지만,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체계적이고 경험적으로 탐구하려는 가장 젊고 살아 있는 과학이 바로 심리학이라는 것이다.


2. 심리학은 왜 ‘젊은 과학’인가

심리학이 다루는 대상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은 물리적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가변적이기 때문에, 실험의 결과가 명확하게 재현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리학을 “정답이 없는 학문”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스타노비치는 이렇게 반박한다.
심리학이 확정적인 답을 주지 않는 이유는 과학적 탐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지,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즉, 젊은 과학(young science) 이라는 표현은 미성숙하다는 뜻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검증하며 확장되는 분야라는 의미다.

그는 과학의 세 가지 핵심 속성을 제시한다.

  1. 체계적 경험주의(Systematic Empiricism) – 경험을 단순히 믿지 않고,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관찰하고 측정한다.
  2. 공개적 검증(Public Verifiability) – 결과를 공개하여, 다른 연구자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3. 해결 가능한 문제(Empirically Solvable Problems) – 증거로 다룰 수 있는 문제를 탐구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물리학에도 적용되지만, 심리학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지 그 속도가 느릴 뿐이다. 인간의 행동은 끊임없이 변하고, 사회와 기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심리학이 ‘젊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았기에, 질문이 계속 가능한 학문이다.


3. 상식과 구분되는 과학적 심리

우리는 흔히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사랑은 시간에 따라 식는다”, “아이를 칭찬하면 버릇없어진다” 같은 말을 상식처럼 받아들인다.
이런 말들은 마치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진리처럼 들리지만, 스타노비치는 이를 *‘민속심리학(folk psychology)’*이라 부른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경험이 정말로 데이터를 대신할 수 있는가?”

상식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오류를 낳는다.
예를 들어 “칭찬은 아이를 망친다”는 문장은 수십 년간 부모들에게 진리처럼 여겨졌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진심 어린 칭찬이 자기효능감을 높인다는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즉, 심리학은 일상의 상식을 반박하기 위해 태어난 젊은 과학이다.


4. 나의 경험 — 감정의 원인을 ‘데이터’로 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예전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그 이유를 감정적으로만 해석하곤 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요즘은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네?”라고 말하면 “내 회복을 부정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상담 공부를 하면서, 이 반응이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내 내면의 신념과 연관된 자동 사고(automatic thought) 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반응은 객관적 근거가 있는가?”
“그 말이 실제로 내 의도를 부정하는 증거인가, 아니면 내 해석인가?”

그렇게 스스로의 감정을 ‘관찰 가능한 데이터’로 보기 시작하자, 감정 폭발의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이 경험은 내가 ‘젊은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감정은 통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가설로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5. 사업 속의 심리학 — 실험하는 마케터의 자세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면서도 나는 이 사고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과거엔 상품이 안 팔리면 “썸네일이 별로인가 보다”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 기반 가설–검증–수정의 사이클을 돌린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은 ‘화이트 톤 라이프스타일컷’을 썼을 때 클릭률이 낮았지만, ‘우드톤 배경 + 식물 PNG’를 넣자 조회수가 늘었다.
그 차이는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자 심리에 작용하는 색채·배경·맥락의 변화였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의 통제와 결과의 비교” 실험과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젊은 과학의 태도는 “감으로 마케팅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확장된다.
무엇이 잘되었는지, 왜 실패했는지를 감정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데이터와 가설로 바라보는 것이다.


6. 심리학의 젊음이 주는 교훈

심리학이 젊은 이유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이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은 수학처럼 깔끔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은 늘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왜 나는 이 상황에서 분노했을까?”, “왜 어떤 광고는 공감되고, 어떤 말은 불편할까?” 같은 질문들 말이다.

스타노비치는 말한다.

“심리학의 진정한 힘은, 확신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질문에 있다.”

이 말은 단순한 학문적 선언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적용된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순간, 우리는 이미 과학의 출발점에 서 있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행동의 맥락은?”을 묻고, 내 감정을 확신하기 전에 “이게 객관적 사실일까?”라고 되묻는 것.
그 태도가 바로 젊은 과학의 정신이다.


7. 마무리 — 심리학의 젊음은 우리 안에도 있다

‘젊은 과학’이라는 말은 결국 ‘끊임없이 배우는 태도’를 뜻한다.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이나 직관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관찰하고 기록하고 질문한다.

심리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도 심리학은 계속 새로워질 수 있다.
감정의 데이터, 관계의 패턴, 행동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작은 실험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심리학을 완성해나간다.

그것이 바로 ‘젊은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확신보다 질문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 그것이 과학적 사고이자, 성장하는 인간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본 글은 권석만의 『심리학의 오해』를 참고하여 작성한 개인적 해석이며,

상업적 목적 없이 심리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콘텐츠입니다.